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40일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27일 오후 6시까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들어온 피해신고서는 총 584건이다. 수술 지연이 393건, 진료 취소 106건, 진료 거절 58건, 입원 지연은 27건이었다. 의료 이용에 불편을 느껴 상담을 진행한 사례는 107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6일 부산에선 인근 대학병원으로의 전원을 거부당한 90대 심근경색 환자가 울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진 일이 생겨 논란이 일었다. 지난 19일에는 익산의 대학병원을 찾았던 50대 환자가 전문의가 없어 수혈을 받지 않고 돌아간 뒤 나흘 만에 사망했다는 소식도 이어졌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이용해야만 하는 중증환자들의 우려는 갈수록 커진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사직 의사를 밝히고 병원을 떠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9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환자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의료계와 정부 양쪽이 조금씩 양보해서 현 의료공백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양측이 사태 해결을 위해 전혀 양보하지 않으면 조만간 걷잡을 수 없는 다수의 환자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그때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표명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중증 환자를 되돌려 보내 사망에 이르게 해놓고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대처하는 병원과 지방자치단체를 규탄한다”며 “지금도 많은 중증 환자가 입원을 거부당하고 병원에서 쫓겨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응급, 중증,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와 생명을 보장하는 기본적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환자 안전에 대한 실효적 조치와 대안을 마련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의료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잠정적으로 미루고 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유연한 처분’ 주문에 따라 당정 협의를 진행 중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