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은 한일전. 친일인 국민의힘 안 뽑는다” (망원1동 골목에서 만난 50대 A씨)
“함운경 누군지 잘 모르지만 공산주의 아닌 민주주의 찍겠다” (서교동 30년 거주 70대 B씨)
3일 서울 마포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4월 총선 국회의원 후보들을 개인 역량이나 정책적 측면이 아닌 이념 문제로 바라봤다.
마포을은 야권이 정통적으로 강세인 지역으로 서강동과 서교동, 합정동, 망원 1~2동, 연남동, 성산 1~2동, 상암동을 끼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2000년대 이후 치러진 6차례의 총선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2차례 빼고 모두 승리했다.
특히 현역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마포을에서 17·19·21대 의원직을 역임한 만큼 지역구 관리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힘에선 민주화운동동지회장을 맡았으나 최근 전향한 함운경 후보가 전략공천을 받고 도전자로 나섰다.
정치권에선 ‘운동권 매치업’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후보들의 운동권 이력에 집중하기보단 각 정파의 문제점을 짚어나갔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A씨는 “정청래 의원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차선보다 차악을 뽑아야 하지 않겠냐”며 “한일전에서 한국을 뽑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자신이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B씨는 “이번 선거는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대결”이라며 “이전 정부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들에게 종합부동산세 같은 세금을 너무 많이 걷었다. 그런 것들이 고쳐져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후보 개개인의 면모가 아닌 정청래 의원 개인 의정 활동에 관심을 갖고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지역구 활동을 어떻게 했는지를 바라보는 게 중점이었다. 합정동에서 만난 40대 C씨는 “정청래 의원이 돼야 한다. 중앙에선 말을 막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역에선 소통을 잘한다”며 “주민들에게 나이스하고 친절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망원시장 인근에서 거주하는 60대 D씨는 “정청래 의원이 지역에서 오래 있으면서 조금 거만하다고 생각했다”며 “함운경 후보가 새 인물이니까 밀어주고 싶다”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정청래 의원이 함운경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모양새다. 뉴스1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4~25일 마포을 거주자 만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정청래 의원은 47%, 함운경 후보는 30%가 나왔다.
함운경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 탈당 요구’를 하면서 변수가 존재한다. 그는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당원직 이탈을 요청했다. 다음날인 2일 관련 발언을 철회했지만 주민들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망원2동에 거주한다는 60대 E씨는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지만 최근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잘못한 게 있으면 당 관계없이 얘기할 수 있지 않나. 한동훈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그래서 인기가 많은 거 같다”고 했다.
합정역 인근에서 만난 20대 F씨는 “속이 시원하면서도 본인 살길 찾겠다고 총질하는 인상도 받았다”며 “정부가 잘못한 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 그간 아무 말 못하고 납작 엎드려있지 않았나”라고 바라봤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지난달 26일 공개됐다. 지난 2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p, 응답률은 12.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