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되자 여야 수장들의 입은 더욱 거칠어졌다. 지역구 254곳 중 50곳 가량이 격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자 사전투표에서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키기 위해 집중 유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후보들의 막말 논란을 집중 부각시키며 보수 지지층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파’를 꺼내들고 물가 등을 지적하며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오전 이화여대 앞 신촌동 사전투표소에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들과 함께 투표했다. 민주당 김준혁 후보의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된 이화여대가 있는 곳을 선택한 한 위원장은 투표 후에도 ‘막말’ 논란을 거세게 비판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한 위원장은 김 후보를 겨냥해 “정말 역대급 혐오 후보 아니냐.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이 현실세계에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김 후보를 끝까지 비호하고 있다”며 “이 대표야 말로 국민들의 ‘입틀막’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투표 후 인천 지원유세에서 자녀의 학교폭력 의혹과 관련해 ‘정치공작’이라며 ‘청담동’ ‘생태탕’ 등을 거론하며 맞받아쳤다. 앞서 이날 황운하 조국혁신당은 한 위원장의 자녀 학폭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겠다며 예고했지만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이를 두고 한 위원장은 야권 전체를 겨냥해 “다 까보고 덤벼라”라며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전투표가 시작된 만큼 직접 나서서 의혹에 대응하며 정면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인천 송도 랜드마크시티 앞에서 “저는 피하지 않는다”며 “어디가 청담동이고 어디가 생태탕이냐. 이런 것을 막는 것부터가 우리 승리의 출발”이라고 했다. 이날 언급한 ‘청담동’은 전직 기자 출신 유튜버가 윤석열 대통령과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 위원장이 2022년 변호사들과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한 내용이다. ‘생태탕’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처가 땅이 있는 내곡동 개발에 관여했다고 제기된 내용이다. 전자는 허위로 드러났으며 후자 역시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대전에서 카이스트 학생들과 투표했다. 그는 “연구개발 예산 삭감 문제도 우리 국민들 관심사이고 ‘입틀막’ 당한 카이스트 학생들과 함께 과학기술의 중요성, 정부 정책의 무지함 등을 지적하고 싶었다”며 “우리 국민은 왕이나 지배자를 뽑는 게 아니고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 발전을 책임질 국민의 대리인을 뽑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파 가격 발언’ 논란을 부각시켰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내부 지침을 통해 22대 총선 투표장에 대파를 들고 투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투표 후 충북 지원유세 현장에서 “참 해괴한 일이다. 기가 찬다”며 “이게 모두 정치 실패에서 온 것이다.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을 언급하며 맞불을 놨다. 이 대표는 충남 지원유세 현장에서 ‘대파’를 들고 투표소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선관위의 지침을 재차 거론하며 “디올백도 못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여야는 경합 지역을 50여 곳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 분석으로는 49곳 내지 50곳, 그쪽(여당)은 한 50~60곳이 접전지”라며 “50~60석의 향배에 따라 국민의힘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민주당이 과반수를 놓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겠다, 그런 위기감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