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현장에 남은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이달부터 주 52시간만 근무하며 외래·수술 등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교수 10명 중 8명은 여전히 초과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계획을 중단하고 하루빨리 의료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교수는 86.4%였다. 주 52시간 미만으로 근무했다고 응답한 교수는 13.6%에 그쳤다.
주 52시간 이상 60시간 미만 근무한 교수는 22.4%, 주 60시간 이상 72시간 미만은 21.9%였다. 주 80시간 이상의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교수는 24.6%, 주 100시간 이상 근무하는 교수는 7.9%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시간 근무 후 다음 날 12시간의 휴식이 보장되는지 묻는 질문엔 73.6%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상태가 1점(지극히 정상)부터 7점(매우 불안정)까지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살피는 질문엔 60% 이상이 중등도 이상의 문제가 있는 4점 이상이라고 답했다. 또 80% 이상은 “현 여건이라면 앞으로 신체적·정신적 한계 상황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충남대 의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충남의대 교수들 역시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는 교수가 전체의 86.9% 이르렀다. 주 100시간 이상 일하는 교수도 11.9%나 됐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62%는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신체적‧정신적 한계에 도달하는 기간은 4주 이내일 것”이라고 답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의대 증원 추진을 철회하고 의료계와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는 “의대 교육 여건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의대 증원 정책을 고집해 대학병원의 진료 공백을 촉발한 책임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일방적인 의료정책을 중단하고 지혜를 발휘해 대화와 협상으로 의료 공백을 수습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도 “남은 의료진과 교수들이 주 80시간을 넘어 100시간 이상의 근무에 지쳐가고 있으며, 수련병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급여를 삭감하고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며 “의료 파국을 막기 위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숫자에 매몰된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 의사 증원 규모와 필수·지역 의료의 미래를 논하는 장을 마련해주시길 정부에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호소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