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불법 증권계좌 개설 사고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았지만,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심사에 문제가 될 요소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다. 이에 따라 4월 내로 금융당국의 승인이 떨어지면 32년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17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대구은행 직원의 금융실명법·은행법·금융소비자법 위반에 대해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업무정지 3개월 및 과태료 20억원의 기관 제재와 직원 177명에 감봉 3개월과 견책 처분을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기관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대구은행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대구은행의 징계 수위 감경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금융 당국은 적절한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책임을 물어 제재 수준을 유지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 대구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실시한 결과 대구은행 56개 영업점의 직원 111명이 지난 2021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고객 1547명 명의의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1657건 임의 개설한 것을 확인했다. 여기에 대구은행 229개 영업점에서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3년 7월 중 고객 8만5733명의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시 계약서류인 증권계좌개설서비스 이용약관을 제공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다만 이번 중징계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의 경우 대주주의 위법 행위가 아니어서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심사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법상 인가 요건을 보면 자본금·대주주요건·사업계획요건 등이 있는데 이번 제재는 기관과 직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시중은행 전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2월 금융위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을 마친 상태다. 시중은행으로 출범하는 대구은행의 새 이름은 ‘IM뱅크’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에 대한 인가 전환 심사를 모두 마치고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4월 정례회의에서 대구은행의 은행업 인가 변경안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대구은행이 인가를 받게 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한편 대구은행은 이번 중징계에 대해 “정직과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회사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로 인하여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업무 3개월 정지로 고객께 불편을 드리게 되어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해당 업무 외에 모든 업무는 정상 거래 가능하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도화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과 내부통제에 있어서는 절대 양보와 타협이 없다는 전임직원의 책임감 제고를 통해 고객 신뢰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