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 부동산 PF만 1조원…리스크 관리 가능할까 [저축은행 점검]

OK저축은행, 부동산 PF만 1조원…리스크 관리 가능할까 [저축은행 점검]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축은행을 취약한 연결고리로 지목했다. 손실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저축은행의 막대한 손실은 고객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 예적금 창구인 저축은행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승인 2024-04-23 06:00:27
OK저축은행 로고

저축은행 업계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래 고객이 100만명에 달하는 OK저축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부동산 PF 대출 리스크가 1조원을 넘어서 리스크 관리에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이에 OK저축은행의 지배구조부터 현재 경영 상황과 리스크 등을 들여다봤다.

OK저축은행은 ‘러시앤캐시’ ‘미즈사랑’ ‘원캐싱’ 등 대부업으로 국내에 진출한 OK금융그룹(전 아프로(APRO)서비스그룹대부)이 2014년 7월 예주저축은행, 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시킨 은행이다. 최윤 OK금융 회장이 OK저축은행 출범 직후 대표를 맡았고, 2016년 7월부터 정길호 대표가 CEO로 선임돼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정 대표는 아프로서비스그룹 경영지원본부장, OK저축은행 소비자금융본부장 등을 맡아온 인물이다.

OK금융그룹은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금융당국에 10년 안에 대부업 철수를 약속했다. 이후 2018년 원캐싱, 2019년 미즈사랑, 지난해 10월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까지 차례로 대부업 면허를 반납했다. 대부업에서 완전히 철수한 OK금융그룹은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최윤 회장은 “창립 후 지난 24년 동안 늘 그래왔던 것처럼 도전의 발길을 멈추지 말고 진정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해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부동산 PF 대출만 1조원 넘어…연체율 9.20%

지난해 OK저축은행의 경영지표엔 빨간불이 켜졌다. 부실자산 비중이 높은 편이고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상승했다. 수익 상황도 악화됐다.

23일 금감원 경영공시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지난해 71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도 순익 1387억원보다 48.7%가량 줄어든 규모다. 당기순익 감소와 함께 대손충당금 적립금이 2022년말 4141억원에서 지난해말 2764억원으로 33.25% 감소한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대부분 저축은행들이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키운 것과 다른 결과다.

1조원이 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자산도 문제다. OK저축은행의 지난해말 부동산 PF 대출 신용공여액은 1조831억원으로 연체율은 9.20%다. 연체율은 2020년말 4.09%에서 지난해말 9.20%로 2배 이상 치솟았다.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평균 연체율 6.55%보다 2.65% 포인트 높은 수치다.

부동산 PF 대출에서 고정이하여신(935억원)이 차지하는 비율도 8.6%에 달한다. 전년 4.5%(448억원)보다 4% 포인트 이상 높아진 결과다. 정상 여신(2310억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1.3%에 그쳤다.

OK저축은행 측은 아직까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BIS자기자본비율이 전년(11.40%)보다 상승한 12.34%를 기록하며 금융당국 권고치 11%를 넘겼다. 이는 지난해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영향이다.

OK저축은행 측은 “유관부서들과 부동산 TF를 구성해 부동산금융 현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회수가 어려운 채권에 대해 부분 상각을 진행하며 부동산 관련 리스크를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주요 고객층인 서민·중소상공인 등 차주들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연체율이 상승했다”라며 “스트레스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 및 모니터링하고 부실채권을 상, 매각하는 방식으로 건전성 지표를 적극 관리해 나가고 있다. 대손 적립률와 자본력, 손실흡수능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금감원, 자기자본 관리 경고…현장점검 계획

금감원은 OK저축은행이 자기자본 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OK저축은행은 지난 3일 금감원으로부터 경영 악화에 대비해 자기자본비율 관리방안을 마련하라는 경영유의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OK저축은행) 자산 성장세에 부합하는 위험가중자산 관리 및 자본금 확충계획 등 자기자본비율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아, 경영상황이 악화될 경우 대응이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고 제재조치를 내렸다.

특히 △ PF 대출 사후 관리카드 작성·관리 △월 1회 이상 현장점검 △ 부실 우려 사업장 점검 주기 단축 등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화하라는 지적도 받았다. △ PF사업장별 진행상황 및 자금 집행 등 체계적 관리 △ PF 대출 차주에게 정기적으로 대출잔액을 통지하는 절차 마련 △ PF 대출 차주의 자기자본 조달 여부 확인 등도 경영유의사항 조치에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최근 건전성을 우려하며 OK저축은행 외에도 저축은행들에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정리를 강조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대로 저축은행이 경·공매를 통해 부실채권을 낮은 가격에 정리하면 수익성은 더 악화될 수 있다. 금감원은 이번달 중 현장점검을 통해 부실채권 매각 여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불안한 지배구조도 걱정…사실상 1인 지배 회사

OK저축은행이 OK금융그룹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최윤 회장의 사실상 ‘1인 지배 회사’란 점도 불안 요소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말 기준 OK저축은행 최대주주는 OK홀딩스대부로 지분율 100%다. OK홀딩스대부의 최대주주는 지분 97.4%를 가진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다. 우리사주가 나머지 2.6%를 쥐고 있다. OK홀딩스대부는 OK저축은행과 함께 OK캐피탈(64.2%), OK벤처스(100%)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금감원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금감원은 지난 3일 OK저축은행에 경영유의사항과 경영개선을 통해 최 회장이 대주주 권리를 넘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을 지적했다. 금감원은 OK저축은행이 대주주인 OK홀딩스대부에게 주간 및 월간 단위로 경영 현황을 보고하는 점이나 대주주 요청에 따라 주요 현안을 수시 보고하는 점 등을 경영개선 사항으로 문제삼았다. 법령 등에서 허용된 정보만 대주주에 제공하고 이것이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해당하는지 점검하란 지시도 내렸다.

최윤 회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OK금융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OK금융그룹 계열사 6곳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OK캐피탈과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등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가 있었는지 살펴본 것이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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