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으로 잔뼈 굵은 배우 김무열은 마동석과 치고받던 중 무력감과 경외심을 동시에 느꼈다. 주먹 꽤 쓰는 그의 한방에도 마동석이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아서다. 브라질 무예 카포에라부터 필리핀 무술 칼리 아르니스, 근접 격투 전술(CQC) 등을 일찌감치 깨우친 그에게도 마동석은 크나큰 산과 같았다.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단다. 지난 18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무열이 들려준 영화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 촬영기다.
김무열은 구슬땀 흘려가며 완성한 액션을 선보일 생각에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범죄도시4’에서 용병 출신 범죄자 백창기를 맡아 괴력 형사 마석도(마동석)와 맞붙는다. 대미를 장식해야 하는 만큼 일찌감치 액션 준비에 열 올렸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와 위압감을 주기 위해 다면적인 탐구를 거쳤다. 백창기를 “속을 알기 어려운 인물”이자 “폭력에 중독된 사람”으로 본 김무열은 감정 절제에 주목했다. 이미 있던 대사도 대거 잘라내자 의뭉스러운 그의 특징이 더욱 살아났다.
김무열은 “좋은 것은 최대한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자”는 마음으로 배역을 준비했다. 이전 시리즈에서 연기한 악역 선배들을 길잡이 삼아 백창기만의 특징을 부각시켰다. 백창기는 1~4편 악역 중 유일한 전문 싸움꾼 캐릭터다. 하지만 외국 용병의 고정된 이미지에서 탈피해 의도적으로 평범함을 살렸다.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땐 일부러 무표정을 유지하려 했단다. 계산된 무감각한 얼굴 속에서 잔혹성과 위압감은 배가된다. 백창기는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첫 등장만으로도 어떤 인물인지 명확히 드러난다. 시작부터 존재감을 각인시킨 그는 극 말미 마석도와 대치에서 제 몫을 다한다.
인기 시리즈인 ‘범죄도시’ 시리즈는 독이 든 성배 같았다. 흥행 가능성은 높지만 특색 있는 악역을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고민 깊던 김무열에게 확신을 준 건 마석도와 장이수를 각각 연기한 마동석과 박지환이다. “믿을 만한 형들 덕에 의지할 수 있었어요. 제 것을 지키면서도 타인의 것을 받아들이고,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제 캐릭터에 더욱더 집중할 수 있었죠.” 함께 악역으로 호흡한 이동휘 역시 그에게 힘이 됐다.
‘범죄도시4’는 친숙함과 진부함 사이를 열심히 오간다. 아는 맛과 뻔한 맛을 넘나드는 만큼 평 역시 다소 갈린다. 김무열은 “마석도라는 매력적인 인물이 주는 익숙함이 우리 영화의 최고 강점”이라고 짚었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어린 시절 동네 놀이터에 비유한 그는 “부정적인 반응이 있더라도 그걸 원동력 삼아 더 오래 이어지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며 “아무 생각 없이 영화 자체만을 즐겨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