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국내 보험사 최초로 해외 은행업에 진출한다.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지분 40%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한화생명은 24일 인도네시아 재계 6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의 지분 40%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지분투자는 양사 계약서 체결과 양국 감독당국의 인허가 승인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지난 1990년 설립된 노부은행은 지난해말 기준 총자산 2조3000억원 규모로 현지 30위권 수준의 중형은행이다. 115개 지점과 1247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개인 모기지대출과 중소기업 운전자금 대출이 주력상품이다. 강한 지점영업력이 특징이다.
국내 보험사가 해외 은행업에 진출하는 건 한화생명이 처음이다. 지난해 7월 개최된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금융회사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방안’으로 국내 보험사의 해외은행 인수 허용방침을 발표했다.
개선 방안은 국내 은행이나 금융지주사의 자회사가 해외 현지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해외 비금융회사의 소유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전까진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규제에 따라 국내 금융사는 금융업이나 금융과 직접 관련이 있는 업종에 한해서만 15% 미만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지만, 해외 법인에 한해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지분투자 성공 배경에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역할이 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 사장은 지난해 2월부터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아 해외사업에 나섰다. 포화상태인 국내시장 대신 글로벌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장기성장을 도모하려는 목적이다.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김 사장이 리포그룹 존 리아디 대표와 만나 나눈 대화가 이번 계약의 초석이 됐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의 리포손해보험 지분투자를 성사시키는 등 우호적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25일 한화생명 본사인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방문해 이번 은행업 진출을 격려했다. 이날 김 회장은 “금융업에서 혁신의 길은 더욱 어렵지만, 해외에서 베트남 생보사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손보와 증권업까지 사업영역 확장을 추진 중”이라며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투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영역인 은행업에도 진출하게 됐다”고 격려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