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자기 해외 투어냐고요? 워낙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라….” 수줍게 말하며 하하 웃는 얼굴에 설렘이 만연했다. 뮤지컬 배우 최초로 월드투어 콘서트를 앞둔 카이는 부담보다 즐거움이 가득해 보였다. 늘 도전을 갈망한다는 그에게 이번 공연은 또 다른 자극이다. 오는 28일 일본을 기점으로 미국,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카이의 해외 순회공연 ‘카이 인투 더 월드’는 카이의 새로운 성장점이다. 

공연 준비에 한창이던 지난 16일 서울 도곡동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만난 카이를 만났다. 그는 “어떻게 하면 다른 뮤지컬 배우가 안 했던 걸 해낼 수 있을지 재미있게 상상하곤 한다”면서 “외국에도 한국 뮤지컬의 멋과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앞서 그는 일본에서 매해 독창회를 열고 미국에서도 공연 제안을 꾸준히 받아왔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이 모든 공연을 월드투어로 엮겠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더 넓은 세상에 내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는 꿈이 강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지 16년째. “모든 공연에서 단 한 번도 만족한 적 없다”던 완벽주의 기질은 이번 공연에서도 여전했다. 본고장인 미국에서 공연을 펼칠 생각을 하면 부담감이 치민단다. “미국 사람 앞에서 영어로 말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괜히 문제점이 더 보이더라고요. 아니면 컨디션이 아쉽게 느껴지거나….” 심각한 얼굴로 말을 잇던 그는 이내 소년 같은 미소를 지었다. “만족도로만 따지면 형편없는 점수를 주고 싶지만, 이 과정을 통해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들기도 해요.”

월두투어 콘서트는 그의 뮤지컬 경력을 망라하는 곡들과 각 나라 정서에 맞춘 구성으로 채워진다.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리는 ‘캣츠’, ‘레 미제라블’을 비롯해 ‘지킬 앤 하이드’, ‘엑스칼리버’, ‘베토벤’ 등 그의 대표작 넘버들이 포함된다.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한국 창작 뮤지컬 곡들도 부를 예정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뮤지컬 음악으로만 가득하다. 공연은 시작 전부터 인기다. 2회 차로 예정한 일본 공연이 일찌감치 매진 행렬을 이뤘다. 카이는 “굉장히 기적 같은 일”이라면서 “상반기에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마무리하면 하반기에 새 공연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데뷔 초 그는 주변에서 꿈만 큰 청년으로 불렸다. 성악을 전공하던 당시 주위에선 왜 대중음악을 하냐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카이는 “단순히 인기 때문이 아닌,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예술성 가진 선배가 되고 싶었다”면서 “상업 예술이어도 뮤지컬 음악이 가진 순수한 예술성을 발현하는 게 늘 나의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월드투어 콘서트 역시 이 같은 지향점의 일환이다. 카이는 “H.O.T.가 있어서 빅뱅이 탄생했고 그 덕에 방탄소년단까지 나올 수 있던 것”이라며 “무엇이든 단번에 잘될 순 없다. 후배들을 위한 텃밭을 일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카이는 이번 월드투어로 미국 카네기홀에 입성한다. 카네기홀은 대관 자격에서부터 엄격한 기준을 둬 세계에서 빗장 높은 공연장으로 알려졌다. 카이는 “대관 심사가 얼마나 복잡한지 제가 다 알 순 없지만 클래식을 전공하고 한국에서 꾸준히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이력 덕에 카네기홀에서도 노래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기뻐했다. 16년 역사가 빛을 발한 순간이다. 돌이켜 보면 그의 뮤지컬 인생은 늘 직진이었다. 물러섬 없이 뮤지컬을 향한 열망으로 나아간 덕에 지금에 이르렀다. 카이는 “두려울지언정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의연하게 가야 할 길을 걸어왔다”며 “지금도 이제 시작인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