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가격 경쟁이 심화되며 수익성이 떨어진 중소 업체들의 폐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세계 1위 전기차업체 BYD(비야디)가 올해 2월 자사 제품 가격을 5~20% 인하하면서 촉발된 중국 시장 가격 전쟁이 3개월째 접어들면서 중국 브랜드 전반에 걸쳐 50개 모델 판매가가 평균 10% 떨어졌다.
중국 자동차업계 분석업체 ‘엑스오토(Xauto)’는 지난해 말 기준 중국 국산 브랜드 가운데 52곳이 신에너지 승용차를 생산하고 있고, 판매 중인 모델은 총 187개라고 집계했다.
판매량이 가장 많은 15만~20만위안(약 2850만∼3800만원) 모델은 37개로 가장 많았으며 10만위안(약 1900만원) 이하 모델은 24개, 35만위안 이상 모델은 17개 순으로 나타났다.
가격 전쟁을 주도하는 BYD의 판매 책임자 루톈은 지난 25일 ‘2024 오토 차이나(베이징 모터쇼)’에서 “중국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몇몇 세그먼트를 재정의함으로써 최고의 제품·가격을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가격을 더 낮출지에 관해선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23일 보고서에서 BYD가 차량 가격을 대당 1만300위안(약 190만원) 더 낮추면 올해 중국 자동차 업계 수익성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고 관측했다. 1만300위안은 BYD 평균 판매가의 7%다.
최근에는 BYD 등의 약진에 밀린 미국 테슬라가 중국 등 각국 시장 판매가를 잇따라 낮추며 격화한 중국 내 가격 경쟁을 심화시켰다.
SCMP는 “현재 BYD와 프리미엄 브랜드 리오토(Li Auto) 등 전기차 제조사 몇 곳만이 수익을 내고 있고 대부분 업체는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한 상태”라며 “중국 전기차 가격 전쟁은 (업체들이) 수익성보다 시장 점유율을 우선시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고 작은 제조사 몰락을 가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BYD 등 여력이 있는 업체가 추가 가격 인하에 나서면 중소 업체 수십 곳은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베이징 모터쇼에 참가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예산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를 고려할 때 할인을 우선시하고 있어 자동차 디자인과 품질보다 가격·판촉이 성공 열쇠를 쥔다”고 설명했다.
중국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브랜드 제투(捷途·Jetour)의 국제 비즈니스 책임자 재키 천은 “떨어지는 국내 수익성의 완충재는 해외 확장”이라며 “중국 본토 전기차 제조업체의 가격 경쟁이 자동차 판매가 증가 중인 해외 시장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할인 전쟁이 곧 막을 내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샤오펑(小鵬·Xpeng)의 브라이언 구 공동대표는 25일 “가까운 미래에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며 “그런 변화가 장기적으로 전기차 발전을 효과적으로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고 SCMP는 전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