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를 손에 든 사람들이 전봇대를 이리저리 살피고 상가 간판을 유심히 관찰한다. 목을 조르듯 줄어드는 시간에 마음은 점점 촉박해진다. ‘야외 방탈출 게임’의 모습이다. 야외 방탈출 게임은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1시간쯤 되는 시간 동안 길을 걸으며 문제를 풀어야 한다. 둘레길을 따라 단서를 찾거나 상가 간판을 보고 힌트를 추리한다. 대부분 방탈출 게임 업체는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휴대전화를 반납하는 등 외부와의 연락을 일체 단절시킨다.
쿠키뉴스는 얼마 전 <[단독] 도로 위 무법지대 ‘야외방탈출’...파악도 못한 지자체 ‘안전구멍’>라는 제목으로 야외 방탈출 게임의 안전 사각지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방탈출 게임이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면서 점점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안전은 오간 데 없다. 지난 2019년 방탈출 게임 중 발생한 화재 사고로 폴란드 10대 소녀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대만에서는 방탈출 게임 중 계단에서 넘어진 10대 소녀가 영구 장애를 갖게 됐다.
야외 방탈출 게임도 안전사고 문제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위험은 배가 된다. 비좁은 도로와 극심한 주차난, 곳곳에서는 전동킥보드까지 매섭게 달리고 있다. 게임에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각종 함정들은 사람들을 위험으로 몰아넣는 장치가 된다.
취재하면서 만난 야외 방탈출 게임 이용자들은 말했다. “온 신경이 게임이 집중돼 있다. 도로 상황과 주변 지형지물을 둘러볼 시간조차 부족하다” “휴대전화를 뺏는 방탈출 게임 업체도 있어서 위급 상황 시 119 구조 요청도 할 수 없다”
정부가 지난 2022년 방탈출 카페를 다중이용업소로 지정해 안전 관리를 강화했지만, 야외 방탈출 게임은 보호받지 못한다. 개정된 다중이용업소법 시행령을 보면 옥외 시설·장소에서 이뤄지는 영업은 다중이용업에서 제외한다. 야외 방탈출은 안전관리주체인 소방재난본부 관할에 포함되지 않는다.
방탈출 업체들은 야외에서 게임을 진행하더라도 관할 구청에 따로 등록하거나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사각지대에 놓인 야외 방탈출 게임에 대한 정부와 소방당국의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은 안전관리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안전 불감증으로 여러 인재 사고를 겪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