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들어와야 할 13만4515원이 실종되고 있다. 그것도 매달. 회사가 절반을 부담하는 직장인이 아니면 무려 26만9031원이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최근 3년 월급 평균값(298만9237원)에 현재 보험료율 9%를 적용해 계산한 납부액이다.
오는 2055년이면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돼 1990년생은 못 받을지 모른다는 무서운 이야기도 나오는데, 차라리 안 내고 안 받으면 안 될까. 국민연금 가입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10일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알아봤다.
국민연금, 가입 거부 못한다…소득 있다면 강제 가입
소득이 있는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민이 가입을 거부하는 방법은 없다. 무소득 전업주부나 27세 미만의 군인, 학생만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다. 27세 이상의 무소득자는 자동으로 가입되며, 그와 동시에 납부예외 처리된다.
회사를 다니는 사업장(직장) 가입자의 경우 회사에서 입사일을 기준으로 가입 신고를 한다. 프리랜서 등 지역 가입자는 소득이 확인되면 공단이 자격취득신고서를 보낸다.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으로 근로하는 단시간 근로자더라도 소득이 있으면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한 달 이상 일하고, 월 60시간 이상을 근무하거나 1개월 동안 소득이 220만원(보건복지부 장관 고시 금액, 변동 가능) 이상이면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만약 가입 대상임에도 가입하지 않았다면, ‘직권 가입’이 이뤄진다. 공단이 강제로 가입시킨다는 뜻이다. 가입 안내문을 전화, 등기우편 등으로 받았음에도 가입하지 않았다면, 공단 관할 지사에서 직권 조사해 가입 조치된다. 다만 소득 활동이 없는 것이 확인되면 가입 취소가 가능하다.
연금보험료, 미납 시 압류하기도…소득 없다면 반드시 신고해야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노후에 받게 될 연금액이 줄어든다. 납부하지 않은 기간은 향후 받게 될 노령연금을 산정할 때 가입기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가입기간이 길수록 나중에 받게 될 연금액이 올라가기 때문에 의무가입 대상이 아님에도 가입 신청을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공단이 재산을 압류할 수도 있다. 4대 보험료를 통합징수하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납부독촉을 한 뒤 압류 등을 통해 보험료 징수가 가능하다.
보험료 납부가 어려울 땐 반드시 ‘납부예외 신청’을 해야 한다. 소득 활동을 중단했다고 자동으로 납부예외 처리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폐업이나 실직 등을 겪었다면 반드시 공단에 신고를 해야 한다.
특히 미납액이 많을 경우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수급 사유가 생겼을 때 연금보험료를 일정기간 납부한 이력이 있어야 연금수급권이 인정된다. 미납액이 많을 경우 지급에 제한이 생긴다.
‘내는 게 이익’ 국민연금, 물가변동률 적용해 외려 혜택
당장은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13만원이 크게 보이지만, 향후 노령연금을 수령할 땐 큰 혜택으로 돌아온다. 다른 사적 보험과 달리 매년 통계청이 고시하는 전년도 소비자 물가변동률을 반영, 연금액을 인상해 지급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사회보험 제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청년유니온 위원장인 김설 연금유니온 집행위원장은 지난 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은 노후에 꼭 필요한 노후소득 보장 수단이자, 어떤 사적연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물가변동률 반영 등) 수급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라며 “아직 지급 보장에 대해 법제화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국가가 책임진다는 점에서 안전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은 못 받는다?…정부가 연금 지급 책임진다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 한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내면서 청년층의 연금 불신이 커졌다. 현재의 연금제도를 유지할 때 2055년이면 연금 곳간이 바닥나는데, 이때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1990년생부턴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는 2055년까지 연금개혁을 하지 않고, 정부 재정 지원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게다가 국민연금법에는 정부가 연금 지급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법안에 연금 지급보장 근거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하는 연금개혁안 논의도 진행 중이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