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아닌 우원식, 이재명에게 오히려 득?

추미애 아닌 우원식, 이재명에게 오히려 득?

이재명, 우원식 만나 “이 결과가 당심” 힘 싣기
일단 표정 관리’…추미애 불안감 해소에 ‘오히려 잘 돼’ 반색 분위기도
김상일 “통제 쉽지 않은 추미애보다 대화 가능한 우원식, 이재명에 호재”
중진 “일방통행식 행보, 일종의 반작용…민주당 살아 있단 증거”

기사승인 2024-05-17 13:15:09
(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원식 의원의 국회의장 후보 당선을 내심 반길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강한 추미애 국회의장보다는 온건하면서도 개혁의 결을 같이하는 우 의원의 당선으로 대권을 준비하는 이 대표에게 오히려 실보다는 득이 될 거라는 이유에서다.

1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친명계에서는 우 의원의 국회의장 선출 결과를 두고 나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과 달리 추 당선인이 의장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지만, 일방통행식 행보에 일종의 제동이 걸리면서 오히려 편향성 논란 등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찐명’으로 불리는 박찬대 의원이 이례적으로 원내대표에 단독 출마해 선출된 데 이어 국회의장마저 명심으로 결정됐을 경우,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날 치러진 국회의장 민주당 경선에서 현역과 첫 당선인들의 표심은 엇갈렸던 것으로 파악된다. 22대 총선에서 처음 당선된 당선인들은 추미애 후보를 밀었지만, 현역들은 대체로 우 의원을 선택했다고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의원은 쿠키뉴스에 “대화와 토론 없이 이 대표 라인에서 일방적으로 특정 후보를 미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이 아니겠느냐”며 “이러한 이변의 결과는 민주당이 그래도 살아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당 지도부도 이번에 느낀 바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당심과 ‘명심’을 거역했다면서 이번 국회의장 민주당 경선 결과를 비토 중이다. 이재명 지지자 커뮤니티에는 이변의 국회의장 경선 결과를 두고 ‘당심을 저버린 이들을 색출해야 한다’, ‘아직도 수박이 많이 남아 있다’ 등등 강경 발언을 계속해 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전날 우 의원을 만나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밝은 얼굴을 보이며 “이 결과가 곧 당심이 아니겠느냐”며 우 의원을 추켜세웠다. 당심을 저버렸다는 강성 지지자들의 비판을 무마하려는 의도인지 특별히 ‘당심’이라는 표현을 썼으며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개혁에 적극 동참해 줄 것도 요청했다.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일단 표정 관리 중이다. 좋거나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직접 추미애 후보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지만, ‘명심’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여겨지는 결과가 연출되면서 다소 머쓱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우 의원의 당선을 이 대표가 내심 반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와 주목된다. 추미애 당선인이 국회의장 후보로 당선됐다면 윤석열 정권 타도라는 강한 선명성은 얻었을 테지만 그만큼 센 이미지를 함께 안고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데 이변으로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또 온건하다는 대외적 이미지와 달리 개혁과 민생에서만큼은 물러서지 않는 우 의원의 성향도 이 대표에게는 호재로 여겨진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1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본인이 밀었던 후보가 당선되지 않아 약간 머쓱하긴 하지만 우 의원의 당선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강하지만 컨트롤 되지 않는 추미애 당선인보다는 오랜 정치 연륜과 협상력 지난 우원식 의원이 더 이 대표에게 더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수의 의원이 추미애 당선인을 택하지 않는 것은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자신을 장관까지 시켜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도 등을 돌리고 강한 비판의 말을 쏟아내는데 100% 신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원식 의원의 국회의장 후보 당선은 예상됐던 결과라는 당내 의견도 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현역 의원은 1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말이 돌았지만, 현역들 사이에서는 우 의원에 대한 호감도가 꽤 높아 예상됐던 결과”라며 “(우 의원이) 온화한 듯 보여도 어떤 지점에서는 단호한 면이 있어 민주당이 하려는 개혁 추진에는 전혀 차질이 없을 것이다. 이 대표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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