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재벌기업 건전성 우려…충당금 더 쌓아야 할 수도”

금융지주 “재벌기업 건전성 우려…충당금 더 쌓아야 할 수도”

기사승인 2024-05-21 11:17:15
KB금융지주가 미국 SEC에 제출한 2023년 사업보고서에서 재벌그룹 여신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언급한 부분. 사업보고서 캡처

국내 금융지주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대기업 여신 비중 증가를 언급하며, 재벌그룹 여신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신한·우리금융지주는 미국 SEC에 2023년도 사업보고서를 신고했다. 여기에서 대기업 여신 포트폴리오 관련 위험을 비중 있게 다뤘다. 국내 사업보고서에서는 없던 내용이다.

KB금융은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기준 상위 20대 기업 중 8개 기업은 금감원이 신용공여 잔액 기준으로 한국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부채가 많은 기업 집단으로 지정한 37개 주채무계열에 속한다”며 “주채무계열에 속한 대기업 집단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는 46조 3260억원에 달하며, 전체 익스포저의 7.0%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1년 전인 2022년 말 같은 기준의 익스포저 39조 5350억 원(6.2%)과 비교해 금액과 비중이 모두 확대된 것이다.

KB금융은 보고서에서 “대기업이 겪는 경제적 위험이나 다른 이유들로, 대기업에 대한 익스포저 신용등급이 낮아진다면, 추가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해 자사의 운영 및 재무상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지금 적립해 둔 충당금이 미래 추가 손실을 메우는 데 충분하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재벌기업들이 구조조정이나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면 손실을 복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도 “신한은행의 10대 법인 익스포저 중 3곳은 신한은행을 주채권자 은행으로 하는 회사들이고, 10대 법인 모두 금융위가 정한 주 채무계열 그룹”이라며 “이들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는 30조5210억원으로 전체 익스포저의 8.8%에 달하며 단일 재벌그룹에 대한 익스포저 중 가장 큰 금액은 5조7840억원”이라고 덧붙였다.

신한금융은 “대기업에 대한 익스포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여신에 대한 추가 신용 손실 충당금 전입과 해당 증권에 대한 감액 등을 요구받을 수 있다”면서 “재벌을 포함한 대기업의 파산이나 재정적 어려움은 중소기업 여신의 불이행을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은 “기업 차주 상위 20개 중 7개가 국내 40대 재벌 계열사”라며 “40대 재벌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는 25조 9180억 원으로 총여신의 4.4%”라고 밝혔다. 2022년 말 기준 21조6220억원(3.9%)보다 증가한 수치다. 그러면서 “재벌에 대한 익스포저의 신용 건전성이 악화하는 경우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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