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카드론 잔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카드업계에 건전성 악화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지난달 말 카드론 잔액은 총 39조9644억원을 기록하며 40조원에 근접했다. 이는 역대 최대 잔액이었던 전월(39조4821억원) 대비 4823억원 늘어난 기록이다. 전년 동월(37조2593억원) 대비 7.3% 증가한 수치이기도 하다.
카드론은 은행 대출처럼 담보나 서류 등 복잡한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비교적 빠르고 편하게 대출할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자주 이용한다. 은행권에서 연체율 관리 등을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간편한 카드론을 찾는 차주들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카드론을 제때 갚지 못하는 중저신용자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카드사(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798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2.84% 늘어났다. 대부분 카드사의 대환대출 잔액이 모두 늘어난 결과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원리금이나 이자를 갚기 어려워진 카드론 차주에게 다시 자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으로 일종의 ‘돌려막기’다. 당장 연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금리가 높아지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건전성 악화의 영향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일(현지시간) KB국민카드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환대출 등 개인 채무를 구조조정한 건수가 늘었고 연체로 손상된 자산의 비율이 증가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보수적인 충당금 정책 운영을 통한 안정적인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업권 기준 양호한 연체율 수준을 유지하며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의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올해 1분기 연체율 1.31%로 지난해 말(1.03%) 대비 0.28%p(포인트) 상승했고, 하나카드는 지난해 말 연체율 1.67%에서 올해 1분기 1.94%로 0.27%p 올랐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 연체율 1.45%에서 올해 1분기 1.56%로 0.11%p, 우리카드는 지난해 말 연체율 1.22%에서 올해 1분기 1.46%로 0.24%p 악화됐다. 하나카드(2.3%), 우리카드(2.28%), KB국민카드(2.14%) 등 일부 카드사들에선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인 실질 연체율이 2%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21일 “고금리 여파로 대출 연체가 많았던 게 카드사들의 건전성이 안 좋아진 주요 요인”이라며 “카드사들이 카드론이나 현금 서비스 같은 대출 사업으로 공급을 늘리는 것보다 신용판매에 주력하는 등 수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에서 할 수 없는 급전 대출을 카드로 대출하는 풍선 효과도 있다”라며 “소액 대출의 경우엔 차주별 DSR 제도를 조금 완화하는 방법도 금융권에서 고민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