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에게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여야가 소득대체율 조정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어, 정부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여야 안 모두 연금개혁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있어 걸림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여당이 결단만 하면 28일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이 처리될 수 있다”며 21대 국회 임기 내에 연금개혁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여야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조정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올리는 데 뜻을 모았지만,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두고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45%를 주장하며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이후 국민의힘이 중재안으로 44%를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1대 국회 임기가 오는 29일 끝나며 사실상 개혁이 물 건너가자, 여야가 실패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습이다.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21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이 무산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윤 정부가 소득대체율 45%안을 제안했는지를 두고 진실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은 조속한 개혁안 처리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당초 제시했던 50%에서 45%로 낮추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면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5% 방안은 윤 정부가 제시했던 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 정권은 민주당의 대승적 결단에도 여전히 자신의 주장만 고집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정부가 소득대체율 45%안을 제안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연금특위 여당 간사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서 “소득대체율 45%안은 민주당이 주장한 안이지 윤 정부 안이 아니다”라며 “이런 거짓말로 인해 연금개혁이 늦춰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소득대체율 44%의 대안에 대해 2주가 다 되도록 침묵하다가, 이제야 21대 국회에서 개혁을 꼭 해야 한다고 하는 저의가 무엇이냐”며 “정치 공세에 연금 개혁을 끌어들이고 싶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연금개혁안에 대해 모두 혹평을 내렸다. 연금개혁의 당초 취지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소득보장론 측은 노후를 대비할 만큼의 보험료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재정안정론 측은 기금 고갈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겼다고 고개를 저었다.
소득보장론 측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43%, 45% 구도로 ‘숫자 놀음’만 하는 것이 이상하다”면서 “당초 시민대표단이 선택한 건 소득대체율 50%안이었다. 최소 생활비를 보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험료를 받길 원한 것인데, 43% 상향 조정은 절대 노후소득 보장을 하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재정안정론 측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여야가 제시한 연금개혁안처럼 소득대체율을 상향 조정할 바에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낫다”면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려고 해도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는 적정 보험료율(수지균형 보험료율)로 맞추려면 20%를 내야 한다. 소득대체율 상향은 연금개혁이 아니라 연금개악”이라고 짚었다.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모수개혁에 합의한다고 해도, 연금개혁 논의를 끝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만약 영수회담을 통해 연금개혁안에 합의를 한다면, 공론화위원회에서 제시한 의무가입연령 상한 등은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구조개혁 등 아직 할 일이 많다”고 제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