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대 국회 종료가 이틀 남은 가운데, 김진표 국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과 합세해 연금개혁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여야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민주당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의 모수개혁만이라도 협의하자고 압박했지만 여당에선 졸속협상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모수개혁 찬성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연금개혁 파행에 대한 책임회피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당초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 조정 문제에서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이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여당 안인 소득대체율 44% 인상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연금개혁 협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민주당이 연금개혁을 두고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자 국민의힘에선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따로 떼어 놓으면 혼란이 더 가중될 것이라며 서둘러 반박에 나섰다. 명분은 22대 국회에서 추가 논의를 하자는 것인데, 민주당 주도의 연금 개혁에 밀려선 안된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에 김 의장은 26일 “어려운 합의를 했는데 이 기회를 살리지 않는 것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헌법상 의무를 해태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이후 김 의장은 27일 양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논의를 가졌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국회 내에 처리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28일 본회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모수개혁 처리조차 거부하면서 무작정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것은 자칫 말로만 하고 연금개혁을 하지 말자는 소리와 같은 것”이라며 “(연금개혁을 처리할) 회의 일자로 문제 삼는데 28일 아니면 29일에 별도로 연금개혁을 위한 회의를 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가 원포인트 본회의까지 제안했지만 여당의 입장이 변치 않아 연금개혁을 21대 국회에서 마무리 지을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상상대책위원회의에서 “조속히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정쟁을 떠나 국민 대통합과 개혁의 입장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안으로 조속히 결론을 내려 난제를 해결하는 멋진 국회가 되자”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대표의 제안을 수용하자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은 이날 “사실상 이 대표가 제안한 모수개혁이라도 진행하는 게 맞지 않나”며 “처음에 굉장히 부정적이었는데 첫 단추라도 끼워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이날 “소득대체율 44%, 이렇게라도 합의하기가 대단히 힘들다”며 “(이 대표의 수용이)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도 읽히기도 하지만 저는 이 대표가 이렇게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에 대해 ‘이거라도 하는 건 낫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이 처리되지 못하면 정부여당이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취임 후 연금개혁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협상안도 받지 못할 경우 연금개혁에 대한 기회를 날렸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여당이 왜 이제까지 손 놓고 있었는지를 따지느라 모처럼의 기회를 날린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내에서도 “여당이 골든타임의 끈을 놓은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의료·연금개혁’ 성과 자찬한 尹 정부…전문가들 “긍정적” “추진 의지 없어”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정부가 주요 성과로 의료개혁과 연금개혁을 꼽았다. 윤 대통령이 내세운 4대 개혁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