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 의사로서 미안하다” 교수들, 전공의에 눈물로 호소

“기성세대 의사로서 미안하다” 교수들, 전공의에 눈물로 호소

고개 숙인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 비대위원들
“버림받았다 생각 말고 믿고 돌아와 달라”

기사승인 2024-05-28 14:31:20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실 레드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새로 시작하겠다. 젊은 의사들이 열심히 자부심을 갖고 의료인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그 발판을 만들어놓겠다. 그러니 전공의 여러분, 저희를 믿어 달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전공의들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선배 의사들을 믿고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환자를 봐야 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의료정책 추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해 왔다며 스스로를 질책했다. 일부 교수는 ‘전공의 혹은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라는 쿠키뉴스의 질문을 받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나가 있는 전공의들, 버텨주고 있는 동료들에게 첫 번째로 전하고 싶은 얘기는 ‘미안하다’는 말”이라며 “최선을 다해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환경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해 보자고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을 향해 “신념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얻으면 꼭 돌아와 달라”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중간착취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이 컸다. 그들이 나갈 때 처음엔 원망했다. 하지만 그들이 왜 나갔는지 얘기를 듣고 나선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지금 이 자리에 이르렀는가’라는 고민을 했다”며 “외롭다고,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꼭 돌아와 달라”고 밝혔다.

방재승 전 비대위원장(서울의대 신경외과 교수)은 “전공의들에게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방 전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나만 명의 소리 듣고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삶을 산 건 아닌지 이번 비대위 활동을 하면서 많이 반성했다”며 “정부가 원점 재검토를 해준다면 제자들에게 ‘우리 교수들부터 잘 할 테니 제발 들어와서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이루자. 의사도 환자도 행복하고, 농촌에 가서 살더라도 좋은 진료를 받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준성 비대위원(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은 “제자들이 너무 보고싶다”고 토로했다. 젊은 의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의료인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놓을 테니 믿어달라는 각오도 전했다. 김 교수는 “젊은 의사들을 바깥으로 내몰리게 한 기성세대 의사로서 부끄럽다”며 “우리는 기성 의사들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보겠다”고 피력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기성세대 의사로서 후배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강 위원장은 “젊은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기성세대 의사로서 후배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면서 “이 사태의 피해자인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제 분야만 생각하고 책임을 방기해왔던, 상아탑에 갇혀 있던 제 자신의 모습을 후회한다. 앞으로는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짚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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