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권 인사들이 3년 임기를 남긴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히 경계해야 할 인물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대통령과 틀어졌다고 알려진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홍준표·유승민·안철수·이준석 등이 대표적 경계 인물로 꼽힌다.
특히 이들 모두는 영남에 연고를 둔 인물들로 차기 대선에서 전국적 지지도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내부 의견도 나온다. ‘영남 자민련’ 한계를 넘어 정권 수성에 나서려면 중도 확장력을 지닌 인사들의 중용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우선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탈당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친윤계에서는 경계 대상으로 여겨진다. 홍 시장은 최근 ‘여당이 대통령을 보호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하면 윤 대통령은 중대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냈지만, 윤 대통령의 본심과 다르게 탈당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고 의심받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 중인 유승민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대표 인물이다. 김건희 검찰 조사를 촉구하면서 야당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당권을 차지하게 되면 당정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 또 ‘채상병 특검법’ 추진 목소리를 내는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당선인도 경계 대상 인물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공수처와 경찰 수사를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윤 정부와 조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공통점은 영남에 연고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영남 출신 인사가 아닌 중도 확장성이 있는 이의 중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특히 영남과 대척점에 있는 호남 출신 인사를 쓸 경우, 지금의 위기 해소에 탁월할 거란 평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 결과만 보면 국민의힘이 영남에 갇힌 ‘영남 자민련’과 같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형세로는 대선을 치르기 힘든 만큼 예상을 깨는 파격적 등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로는 이상민 행안부장관, 윤재옥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등이 꼽힌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동문 후배로 대통령이 끔찍이 아낀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하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따져 민주당이 이상민 장관 경질론을 꺼냈던 지난 2022년 11월 11일, 윤 대통령은 동남아 해외 순방 배웅을 나온 이 장관의 왼쪽 팔을 두 차례 두드려 친근감을 표시했고 11월 16일 귀국 때는 이 장관에게 악수를 청한 뒤 “고생 많았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 장관을 믿고 있다는 평가다.
윤재옥 전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고 전해진다. 대선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 겸 상황실장 직을 맡으면서 궂은일을 도맡았다. 간이침대를 가져다 놓고 실시간으로 선거 상황을 확인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화다. 특히 원내대표 시절 꼼꼼한 성격으로 당과 대통령실을 잇는 중간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재옥 전 원내대표는 대선 승리 후인 지난 2022년 2월 14일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자주 소통한다”며 “소탈하고 검소하신 분으로 자기 기준이나 원칙이 명확하다. 국가의 지도자가 됐을 때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소명 의식을 가지고 이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친분을 소개하기도 했다.
장 전 기획관은 싫은 소리도 마다치 않는 ‘쓴소리 특보’로 유명하다. 인수위 시절 정무 특보로 임명될 당시 윤 대통령이 직접 ‘쓴소리 특보’라고 칭하면서 아낌없는 직언 임무를 줬다.
장 전 기획관은 지난 2월 8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은) 허심탄회한 걸 굉장히 좋아하신다. 또 사석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해주시면 전부 직접 메모를 하고 그걸 가지고 또 골몰을 많이 하시기에 대통령께 못할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
여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쿠키뉴스에 “해당 인물(이상민·윤재옥·장성민)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자주 소통하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한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대통령의 깊은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에는 대통령실 현직자들을 의식해 직접 접견하기보다는 이심전심으로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