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SPO&CO, 깜깜이 징계위원회 열어 노조위원장 해임

[단독] KSPO&CO, 깜깜이 징계위원회 열어 노조위원장 해임

한국체육산업개발, 당사자 없는 징계위원회에서 노조위원장 해임
노조, “소명 자료도 보지 않고 깜깜이 징계…단협 위반사항 다수”

기사승인 2024-05-30 18:00:07
한국체육산업개발. 사진=이영재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체육산업개발(KSPO&CO)에서 노동조합(노조) 위원장을 해임하는 인사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당사자에게 위원회 개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소명 자료조차 확인하지 않고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30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체육산업개발은 앞선 27일 징계 대상자인 하재권 노조위원장에게 출석을 요구하지 않은 상태로 인사위원회를 개최, 하루 전인 29일 ‘해임’을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와 사측 입장이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조는 쿠키뉴스에 “단협에도 인사위원회, 특히 징계에 관한 건은 당사자에게 통보를 하게 돼 있다”면서 “소명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이를 확인도 하지 않고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의결한 것은 부당한 처사”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이미 해당 사실을 통보했고 규정과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맞서고 있다.

정경선 한국체육산업개발 인사팀장은 “4월30일 첫 번째 인사위원회를 열었고, 징계 사유의 구체적인 부분이 미흡하다는 당사자 의견을 반영해 5월16일 출석 통지서를 발부한 두 번째 인사위원회도 진행했다”면서 “지난 16일 징계를 의결할 수 있었음에도 하 위원장이 제출한 소명 자료가 약 50페이지에 달해 이를 검토하는 시간을 갖고 27일에 세 번째 인사위원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팀장은 “두 번째 인사위원회 이후 징계 당사자에게 다음 인사위원회에는 출석 요구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고지했다면서 “아직 재심이 남아 있는데, 사측은 최선을 다해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쟁점은 한국체육산업개발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한울사우회’에 대한 감사와 징계의 적법성이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사우회는 회사와는 별개 단체이므로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입장인데 반해, 사측은 “회사가 사우회에 위탁한 ‘공연 관람 상품 판매’ 건에 대해서는 감사가 가능하다고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징계 사유의 골자는 ‘회사가 사우회에 위임한 사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내용이 주된 해임 사유인데 이와 관련해 사측과 노조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편 재심 청구서 제출 기한은 일주일이 부여돼 오는 6월5일까지다. 사측은 “재심이 청구되면 충분한 일정을 부여해서 인사위원회를 개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재권 노조위원장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 회사에 34년 동안 근무했는데 이렇게 큰일은 처음 당했다”면서 “특혜 제공은 전혀 없었다. 오로지 사우회와 회사의 이익만을 위한 결정을 해왔고, 징계 사유로 삼은 내용에 대해 전부 소명 했음에도 회사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와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직원들이 계모임처럼 별도 회칙을 만들어 상호부조와 공제사업을 하기 위해 만든 비법인 사단인 사우회는 회사와는 엄연히 별개 단체”라고 설명하면서 “회사의 폭거에 대해 비상투쟁위원회를 구성하여 대응함과 동시에, 가능한 모든 법적조치를 취해 노조 와해 시도를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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