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AI 활용 영역이 가입심사(언더라이팅) 등 전문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지난달부터 자체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통해 운전자보험 심사 과정을 100% 자동화하기 시작했다. 가입자의 특성과 질병력을 바탕으로 가입 가능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장기 인공지능 보험인수 시스템’(AUS)을 지난해부터 활용해온 결과다. 롯데손해보험은 ‘대안상품 안내’와 ‘상품 추천 기능’을 탑재해 올해 상반기에 간편보험 심사도 완전 자동화한다는 계획이다.
DB손해보험은 AI를 통해 고객별 보장분석과 맞춤 설계, 사전심사를 동시에 수행하는 ‘AI비서(사전U/W) 시스템’ 특허를 지난 2월 획득했다. 고객이 정보 이용에 동의하면 AI가 기존 가입 내용을 분석해 가입 설계 내용을 정하고, 사고정보 등을 확보해 인수심사를 미리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6월 도입 이후 월 6000명의 설계사가 10만여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평균 3억원의 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로 내부 활용도가 높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며 맞춤 플랜과 사전 인수심사 결과가 점점 정교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손해보험도 AI를 활용한 실시간 자동심사 시스템인 알파 언더라이팅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시스템으로 예측된 심사 결과와 판단 근거에 대한 설명자료를 제공해준다.
보험사기 징후를 미리 탐지하는 시스템에도 AI가 도입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달 빅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조기경보시스템(IWS)’ 개발를 완료했다. 보험사고 발생 시 수집되는 △질병코드 △사고빈도 △담보 등 정보를 바탕으로, 손해율 급등과 보험사기 같은 이상징후, 예상 손해율 등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하반기 중 다양한 유형의 알고리즘을 적용해 정밀도와 재현율을 높이고 손해율 관리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8월부터 AI를 활용한 시나리오 기반 보험사기(허위·과다입원) 유의자 발굴 모듈을 개발·도입했다. 약 200명의 보험사기 사례 데이터를 분석하고 유형별 특징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신한라이프는 보험사기 탐지 기법을 정형화해 데이터 분석을 통한 ‘보험사기 탐지 시스템(FDS)’을 운영하고 있고, 삼성화재도 지난해 7월 보험사기방지시스템(IFDS)을 업그레이드해 보험사기에 대한 분석력을 개선하고 보험사기 고위험군에 대한 사전탐지를 강화했다.
AI가 보험 가입심사나 보험사기 적발에 주로 활용되는 건 일정한 패턴을 파악하기 쉬운 편이기 때문이다. 보험 가입 시 사고 이력 등 가입자가 입력하는 정보들을 조회하거나 체계화하는 시스템을 자동화하기 용이하다. 보험 사기의 경우에도 보험금을 청구하는 패턴이 비정상적이라고 인식하면 AI가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띄우는 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보험금 지급 심사의 경우는 제출 자료가 많고 다양해 아직 사람의 손이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보험업계에선 AI 시스템을 통해 보험 심사자들이 복잡한 계약이나 정책 수립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0일 “AI를 통해 심사한 결과가 얼마나 정확한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 결과 비용적으로 효율적이란 판단이 나오면 더 활성화될 것 같다. AI 데이터들이 쌓일수록 정확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