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명보험사들이 보험 가입 전 심사를 먼저 하는 선심사 시스템을 연이어 도입하고 있다. 생보사들이 제3보험 등 손해보험사들이 팔던 보험 판매에 주력하며 생긴 변화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5일 선심사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정보 활용에 동의하면 병력심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계약 전 미리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생명은 정합성을 높이고 결과를 신속하게 안내하기 위해 AEUS(자동병력 판정시스템)의 질병별 자동심사 시나리오 룰 1260개를 최신 심사기준으로 전면 재정비했다.
한화생명도 지난 2월부터 사전 언더라이팅(보험 가입 사전 심사)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기존에 청약서 서명 후 일주일까지 소요되던 심사 기간을 대폭 줄여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취지다. 한화생명이 지난해 성립한 계약 5만여 건 사전 테스트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FP 200여 명을 대상으로 영업 현장 테스트를 병행한 결과다.
미래에셋생명도 지난해 10월 디지털 기반 언더라이팅(보험 가입 심사) 시스템 ‘Mi-choice 선심사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존하는 모든 질병코드(KCD)에 대한 질병 시나리오 룰을 구축해 병명, 치료 기간, 치료 내용, 입원일수, 통원 횟수, 수술 여부 등 질병별 질의응답 기준을 최신 심사 기준에 업데이트해 정확도를 높였다. 미래에셋생명은 해당 시스템 도입으로 보험 가입 자동심사율이 70%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교보생명과 KDB생명, 동양생명, 신한라이프 등이 이미 선심사 시스템을 구축했다. 흥국생명도 올해 연말까지 보험 상품과 영업채널에 선심사 시스템을 구축한다. 심사에 2~3일 걸리던 후심사 방식 대신 하루 만에 심사를 비롯한 가입 절차를 완료하도록 할 계획이다.
생보사들이 선심사 시스템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입 과정에서의 효율성이다. 기존에 생보사 보험을 가입하려면 먼저 가입 청약을 하고 심사를 진행하는 ‘선청약 후심사’ 시스템을 따라야 했다. 심사 결과를 기다리기까지 2~3일 이상 시간이 걸리고, 가입이 불가한 경우 다시 진행해야 하는 불필요한 절차가 있었다. 하지만 선심사로 진행하면 해당 고객이 가입 가능한 보험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그 안에서 선택하기 때문에 간편하고 가입 시간이 줄어든다. 고객뿐 아니라 설계사 입장에서도 더 편해진다.
선심사 시스템은 주로 손해보험사에서 활용하던 시스템이다. 생보사와 손보사의 상품 구조의 차이 때문에 서로 다른 시스템을 쓰다가 선심사로 통일되는 상황이다. 생보사들이 주로 다루는 보험 상품이 통합적으로 보장하는 큰 상품들이었다면, 손보사들은 수십개의 특약 중 필요한 보장을 선택하는 방식의 상품이 대부분이다. 최근 제3보험 등 손보사들이 주로 판매하던 보장성 보험 시장에 생보사들이 발을 들이며 가입 시스템도 변화하는 추세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11일 “지난해 회계 제도 변경 이후 손보사들이 팔던 제3보험이 각광받기 시작하며 생보사들도 선심사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라며 “선심사 도입 이후 대부분 가입 심사가 자동으로 진행되고, 가입 심사자가 나머지 10~20% 정도를 더 집중적으로 보게 됐다. 법인보험대리점(GA)에서도 설계를 먼저 마친 후 어떤 보험사의 상품이 좋은지 선택하기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