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세자가 사라졌다’에서 세자 이건(수호)은 참 풍파 많은 삶을 산다. 대비(명세빈)의 밀회 현장을 목격한 뒤로 평탄하던 그의 세상은 조금씩 금이 간다. 갑자기 보쌈(납치)을 당하더니 아버지 해종(전진오)을 시해하려 했다는 모함을 받아 하루아침에 대역죄인이 된다. 쫓기는 신세에도 그는 진범을 찾기 위해 골몰한다. 와중에 운명처럼 원수의 딸 명윤(홍예지)과 신분을 숨긴 채 사랑에 빠진다.
“기쁨, 슬픔, 분노, 억울함 등 희로애락을 다 연기했어요. 여한 없이 사극을 즐겼다고 할까요? 하하.” 14일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가수 겸 배우 수호는 ‘세자가 사라졌다’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세자 이건은 수많은 음모에 휘말려 온갖 고초를 겪는다. 첫 주인공이자 첫 사극을 20부작에 걸쳐 선보인 그는 “극단적 상황에서 극단적인 감정연기를 하며 표현 폭이 넓어졌다”며 “이번 작품으로 한층 성장한 걸 느꼈다”며 자찬했다.
세자 역할에 임하기 전 수호는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찾아봤다. 근 2년 사이 방송했던 사극을 모조리 섭렵한 게 시작이다. 늘 하던 영어 공부도 멈추고 말투 적응에 나섰다.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 MBC ‘연인’·‘옷소매 붉은 끝동’ 등을 보며 “수호만의 사극 연기를 창조”했다. 상투를 제대로 틀기 위해 머리도 길렀다. 의상 역시 다양하게 소화했다. “감독님이 저를 정말 좋아하셔서 어떤 한복이든 잘 어울린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대요.” 덕분에 일반적인 사극과는 다른 세자가 탄생했다. 수호는 “조선시대 의복은 다 입은 것 같다”며 흡족해했다.
‘세자가 사라졌다’는 전후반 색채가 판이하다. 세자와 명윤의 만남이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그려지다 궁궐을 둘러싼 음모가 밝혀지며 어두운 분위기로 전환한다. 수호가 집중한 건 진중한 책임감이다. “세자로서 무게감을 가져야 할 것 같았어요. 재미난 상황을 연기할 때도 부담감을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려 했죠.” 주인공이 중심을 잡자 극에도 자연히 안정감이 더해졌다. 1회 1.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한 ‘세자가 사라졌다’는 최종회가 5%에 육박할 정도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평소 팬들의 반응을 주로 살피던 수호지만, 이번 작품은 대중 평가를 더욱더 찾아봤다. 첫 사극인 만큼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했단다. “사극 마니아인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했거든요. 다행히 드라마와 저를 향한 평이 모두 좋아서 스스로를 더 믿을 수 있었어요.” 그룹 엑소 리더이자 배우로도 활동 중인 수호는 어떤 일이든 후회나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다고 했다. 드라마를 마친 지금도 그렇다. “모든 대사를 최소 100번씩은 읊은 것 같다”고 말을 잇던 수호는 “모든 장면을 몰입해 찍었다”며 “지금은 정말 마음이 가볍다”며 후련하게 웃었다.
“3분으로 무대에서 저를 보여주는 가수 활동과 달리 배우로서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 인생을 표현해야 하잖아요. 엑소 수호로는 다양한 매력을 전달하려 해요. 배우 수호로는 부담과 책임감이 더 크죠. 이번에도 ‘초집중’, ‘초몰입’해서 온전히 이건을 전달했어요. 20부작인 만큼 채찍질은 20번씩 했죠. 다행히 반응이 매회 좋아서 당근도 20번 먹은 기분이에요. 전작으로 스스로를 믿게 됐다면 이번 드라마로는 기반을 다진 듯해요. 어떤 작품이든 다 하고 싶어요. 연기 욕심이 더욱더 커졌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