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 어르신을 모신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현주소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 인구가 늘면서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 이용 수급자가 107만명에 육박했는데 이들을 돌보는 사람의 평균 연령이 61.7세다. 과중한 업무에 비해 처우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젊은 인력의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 늦기 전에 요양보호사의 근무 여건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활동, 가사활동 지원 등 장기요양급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 제도다. 65세 이상이거나 노인성 질병을 가진 노인이 장기요양 인정을 신청하면 등급판정위원회가 다섯 가지 등급으로 분류한다. 장기요양 인정 점수가 95점 이상으로 가장 높은 1등급의 경우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다. 치매 환자는 인지지원등급에 해당돼 관련 지원을 받는다.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장기요양 급여 수급자와 액수는 늘고 있다. 지난 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23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작년 장기요양 급여를 이용한 수급자는 107만3452명으로 전년보다 7.4%(7만4001명) 증가하며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더불어 작년 한 해 총 급여액은 14조4948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5.3%(1조9206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공단이 91%(13조1923억원)를 부담했으며 나머지는 본인 부담금이다. 유형별 공단 부담금을 살펴보면 재가급여가 8조2530억원으로 62.6%를 차지했고, 시설급여는 4조9394억원이었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장기요양기관의 ‘노노(老老)케어’ 현상은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쿠키뉴스와 마주한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비교적 건강한 노인이 몸이 불편한 노인을 보살피는 형국”이라면서 “고질적인 요양보호사 구인난 탓에 올해로 시행 16년 차인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효자제도’로서의 당초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요양기관 종사 인력 중 요양보호사는 2023년 12월 말 기준 61만69명으로 전년 대비 8.1%(4만5826명) 증가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1.7세로, 2019년 평균 나이가 58.5세였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후에는 약 68.9세, 20년 후에는 약 76.1세로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장기요양기관에서 젊은 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운 좋게 구했다고 해도 저임금과 높은 업무 강도를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기 일쑤다. 노인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마저 고령화되자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도 요양보호사로 일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지만 실효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권 회장은 “70대 어르신이 기관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처음엔 입소 상담을 받으러 오신 줄 알았다. 그런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보여주며 일하러 왔다고 하셨다. 이게 장기요양기관의 현재 모습이다”라며 “상황이 이런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과연 지속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짚었다. 이어 “젊은 외국인 요양보호사가 일정 부분 도움은 되겠지만 외국인 접촉이 적었던 어르신들의 적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노케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는 없다”면서 “종사자들이 즐겁게 일해야 어르신들도 행복하다. 젊은 요양보호사들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권 회장은 △장기근속장려금제도 개선 △인건비 현실화 △종사자 교육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기근속장려금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12개 직종 전체 종사자로 장려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2년 근무한 종사자부터 6개 구간(2·4·6·8·10·12년)으로 세분화해 지급 체계를 갖춰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력 배치 기준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 회장은 “합리적 배치 기준을 적용하면 입소자에 대한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고 장기요양기관들의 재정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요양보호사 인력 수급 문제를 고려해 요양보호사 1명이 돌보는 요양기관 입소자 수를 현재 2.3명에서 2025년부터 2.1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권 회장은 장기요양기관들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관들은 투명한 운영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 힘을 써야 하며, 정부는 제도를 둘러싼 문제가 곪아 터지지 않도록 서비스 공급자들과 자주 소통하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