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의 후계자 ‘내정’과 후계자 ‘공식화’를 엄밀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때로는 이 두 표현을 동일시함으로써 많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이 ‘김주애가 과연 후계자일까?’라는 우문(愚問)을 던지고 있다.
김주애가 후계자가 되는 것은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고, 김주애의 북한 내 현재 위상은 그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되어 ‘후계수업’을 받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북한은 사실상 ‘군주국(君主國)’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이같은 점을 부정하고 대외적으로 ‘사회주의공화제’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므로 최고지도자가 공개적으로 간부와 국민들에게 자신의 자식을 어린 나이에 후계자로 지명할 수 없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김정일과 김정은 모두 어린 나이에 김일성과 김정일에 의해 후계자로 ‘내정’되어 ‘후계수업’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그 같은 사실이 대외적으로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그리고 김정일과 김정은 모두 대내적으로 후계자로 공식화되고도 그들의 권력기반이 확고하게 구축될 때까지 그 같은 사실이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김주애의 현재 위상과 관련해 한국 사회에서 매우 큰 혼란이 벌어진 것은 북한의 후계체계 구축과정의 3단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다.
과거 김정일과 김정은은 ‘후계자 내정 및 후계수업’ → ‘후계자의 대내적 공식화’ → ‘후계자의 대외적 공식화’의 3단계를 밟았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런데 김정일의 건강이상과 조기 사망으로 인해 김정은은 매우 짧은 기간에 후계자의 ‘대내적 공식화’와 ‘대외적 공식화’ 단계를 거쳤고, ‘후계수업’도 충분히 받지 못했다.
그로 인해 김정은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과 고통, 그리고 그의 초고도 비만으로 인한 건강 문제 등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김주애의 ‘후계수업’을 일찍 시작하게 한 배경으로 추정된다.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가족을 직접 만나고 원산에서 며칠간 같이 보낸 외국 인사들의 증언 등을 종합할 때 김주애 위에 아들이 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김주애 밑의 동생도 딸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에게 아들이 없고 딸만 있다면 장녀인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을 것이다.
북한은 2022년 11월 김주애의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한 이후 그에게 ‘존귀하신’과 ‘존경하는’ 같은 수식어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에서 ‘존귀하신’이라는 수식어는 현재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그리고 김정숙(김일성의 부인)에게만 사용한다.
현재 북한에서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는 김정은이 외국의 국가원수와 그의 후계체계 구축에 큰 도움을 주었던 현철해에 대해 언급할 때 주로 사용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이 김정은 시대에 특정 인사에 대해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경우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에 대해 한 차례 사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예를 찾기 어렵다.
현재 김주애에게 사용되는 ‘존경하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은 후계수업을 받던 시기의 김정은을 지칭했던 ‘존경하는 청년대장’이라는 표현과 비슷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판단된다.
김주애는 각종 행사에서 현재 김정은 다음가는 의전을 받고 있다.
2023년 2월에만 해도 김주애는 열병식 행사에서 김정은 뒤편의 ‘귀빈석’에 앉았으나, 9월에는 ‘주석단 특별석’에서 김정은 바로 옆에 앉는 등 그의 위상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군부의 최고위급 인사가 김주애에게 무릎을 꿇고 이야기하고, 김주애의 얼굴이 김정은의 얼굴보다 더욱 부각된 사진이 로동신문에 게재되는 특기할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024년 들어서는 로동신문이 김주애를 김정은 다음에 그리고 다른 최고위급 간부들 앞에 별도로 호명하고 김주애에 대해서만 높임말을 사용함으로써 핵심 간부들에 대한 김주애의 우월적 지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북한은 2022년부터 김주애 공개를 통해 앞으로도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핵과 미사일 개발은 김정은 이후 시대에도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에 권력이 김주애에게 이양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체제의 위협적 성격은 특별히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김주애의 공개활동이 군사 분야에 집중된 것을 고려하면, 미래에 김주애가 권력을 승계한 이후 북한이 지금보다 더욱 호전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김정은과 김주애의 셈법을 바꾸고, 북한의 핵사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북한이 남북 대화에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자체 핵보유를 통한 남북 핵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