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안보질서 전환기와 우리의 대응

자유주의 안보질서 전환기와 우리의 대응

글‧이동민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사승인 2024-07-02 17:34:30

미국의 대외정책과 관련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초기,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민주 자유진영의 리더로서 전략적 경쟁을 추구했으나 작년 실용주의 노선으로 전환, 중국과의 경쟁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대해 트럼프 전 행정부 안보 관계자들이 이를 비판하고 적극적 대중전략 경쟁을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러한 입장 차이가 오는 11월 대선 결과에 따라 미 대외정책의 근간이 바뀔 수 있을지의 여부를 점검하고 우리의 대외정책 수립과 입장 정립에 활용할 수 있는 점을 짚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 전환
  
바이든 행정부는 초기에 세계 구도를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로 양분하고 미국이 민주주의 캠프를 대표하여 전략적 경쟁을 벌여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외정책 기조가 2023년 중반기부터 재조정되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을 책임있게 관리해나가겠다(responsibly manage the competition)”면서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것을 비롯, 위기관리 중심의 실용주의적 방향성을 갖게 되었다. 제이크 설리반(Jake Sullivan) NSC 보좌관과 러시 도시(Rush Dosh) NSC 중국담당 국장은, 미국 힘의 원천은 산업 역량 강화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을 거듭하면서 미국이 내실을 기해나갈 때 중국과의 장기 패권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미국이 탈냉전 이후 고수해온 자유주의 패권질서(Liberal Hegemonic Order) 유지를 위해 불가피했던 항구적인 전쟁의 굴레에서 벗어나, 미국의 국가안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만큼의 군사역량만 보유하면 된다는 배리 포젠(Barry Posen) 등 “절제학파 (Restraint Camp)”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즉, 미국은 현재 미국내 구조적인 제반 문제점 해결에 집중해야 할 때로서 국제 사안에 무분별하게 개입, 국력을 소진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서는 안되며, 대외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이들 학파는 주장한다. 또한 미국이 자유주의 패권질서 유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수록 중국이 경제성장을 하는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주었다며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가 자신의 저서『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Great Delusion)』에서 비판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트럼프 진영의 비판과 향후 대외정책 방향

지난 트럼프 행정부 당시 NSC 부보좌관을 지낸 매튜 포팅거(Matthew Pottinger)와 마이크 갤러거(Mike Gallager)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포린 어페어즈지 공동 기고 글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 노선 변경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미국의 대중전략은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대결적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들의 실질적인 인식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안정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포팅거와 갤러거의 주장은 자유주의 안보질서 수호를 위해 미국은 끝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최대 개입학파(Maximalist)”의 입장과 결을 같이 한다. 이는 메튜 크로닉(Matthew Kroenig)이 자신의 저서『강대국 정치의 귀환(The Return of Great Power Rivalry)』에서 민주주의 국가들이 협력하여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항해야 할 당위성이 있으며 인류 역사의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민주주의는 항상 승리를 해왔다는 점을 재삼 강조하는 맥락과도 일치한다. 이들은 최대 개입학파의 입장을 따라 중국을 가장 큰 위협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 시, NSC보좌관 물망에 오르는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와 같은 인사는 미국이 동아시아 국가들과 안보협력 기제로 반패권연합(Anti-Hegemonic Coalition) 결성을 주장해왔다. 반패권 연합 결성을 통해 중국에 대응하자는 입장을 갖고 있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시에는 대중 강경정책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중·러 유착 등 러시아 변수

현재 미국 학계와 정계에서는 미국이 탈냉전 후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패권 질서 하 글로벌 자유무역과 국제 분업 활성화 등 경제 논리에 함몰된 나머지 중국에 지나치게 관대하고 유화적인 반면, 러시아에게는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로 일관해온 것이 아니냐는 담론이 확산되고 있으며 따라서 미국은 차제에 새로운 대안적인 국제 질서를 모색해야 할 때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현실주의 학파 인사들을 중심으로 대안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국의 대외정책의 대안으로 첫째, 중국과 러시아간의 유착관계와 관련 양국을 떼어낼 필요가 있으며, 둘째는 아시아판 NATO를 결성하여 중국에 대항할 것을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내 정책 입안자들 간에는 중·러간 유착은 미국에 큰 도전 요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 번스(William Burns) CIA 국장은 중·러의 유착으로 말미암아 정보활동에 크게 제약받고 있다면서 고충을 토로한 바 있고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 전 국방장관도 중·러 간 군사적 연대의 리스크를 지적한 바 있다.

단, 중·러 유착관계와 관련 미국은 러시아의 최근 푸틴의 북한, 베트남 방문과 인도 모디 총리 러시아 방문 초청 등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나름 대로 중국에 대한 독자적 레버리지 확보를 위해 중국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은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초강대국들 간의 리그에 속한 미국은 같은 반열의 러시아의 이 같은 행보를 대 중국 견제에 활용할 재료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는 말이다.

대선 후 미 대외정책 향배와 우리의 입장
 
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트럼프 어느 누가 재선된다 하더라도 중국을 미국의 최대 위협 세력으로 지목하고 대중정책이 국가안보의 중심으로 삼을 것이다. 명분을 중시하는 공화당과 실용을 추구하는 민주당간 차이가 있을 뿐이다. 중국을 견제하는데 있어서도 차기 미 행정부는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조력을 최대한 확보하거나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 저지를 위한 한·일본·대만 등과의 협력관계 유지 등 효율을 극대화하는 접근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안보 부담 요인인 중·러간 유착 관계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출구를 마련함으로써 러시아가 원하는 다극질서의 일원으로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책적으로 배려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미 차기 행정부의 큰 그림 구도 속에서 한국도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 분담 역할 증대 요구에 대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응분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미 차기 행정부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더불어 미국과 러시아간 관계 개선이 가시화될 경우, 러시아가 그간 미뤄 두었던 시베리아·연해주 개발과, 중국 궤도에서 이탈, 러시아와 가까워진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우리의 국익 증대와 한반도 평화 유지, 나아가 통일 실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사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미국내 지일파들을 동원하여 ’6차 아미티지 보고서‘(미 CSIS의 Integrated Alliance 제하 글을 통해 공개)에서 자유주의 국제 질서 유지와 관련 일본의 역할론을 부각시키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를 원용할 수 있다. 한국은 유라시아 대륙 동단의 전략적 요충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우리의 국방력과 경제력, 문화의 힘 등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아시아 역내에서 일본보다 더 효과적으로 자유 민주주의의 보루(Beacon of Democracy)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점과 역할론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먼저 자각해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내적으로 부국강병을 지속 추구하되 대외적으로는 한국이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 기여할 용의(intention)와 역량(capability)을 갖춘 국가임을 지속적으로 시그널을 발신하고 북한의 변화 등 대외 환경 변화로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질 때 한국이 큰 포용력을 가지고 한반도 안정에 기여하는 유일한 국가임도 지속 천명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대외전략 변화와 우리의 역할론 증대 그리고 이를 한반도 통일 실현으로 적극 연계시킬 수 있는 방책을 다각도로 점검할 때이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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