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일어난 비행기 납치 사건을 다룬 영화 ‘하이재킹’(감독 김성한)은 극적인 실화를 스크린에 옮겨왔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 안에서 항공 보안관 창배(문유강)는 평범한 인물이다. 직장 동료를 뒤에서 몰래 이죽거리고 누군가를 제재할 수 있는 보안관 직위를 내심 즐기기도 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그는 사건이 격화할수록 승객과 비행기의 안전을 지키겠단 사명감이 싹튼다. 그를 연기한 배우 문유강이 주목한 성장점이다.
지난 11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사옥에서 만난 문유강은 “창배의 변화를 그려내는 게 즐거웠다”고 돌아봤다. ‘하이재킹’은 그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연출을 맡은 김성한 감독 역시 조감독을 거쳐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베테랑 배우인 하정우, 성동일과 여진구 그리고 신예들의 과감한 시도가 만나 지금 결과물이 나왔다. 처음으로 무대 인사를 다녀보는 만큼 생생한 반응을 체감하고 있다. 그에겐 이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다.
여러 연극 무대에 선 문유강은 일찌감치 대학로 아이돌로 통하던 배우다. ‘하이재킹’ 무대 인사에도 연극 시절부터 응원하던 팬들이 자리하곤 했다. 문유강은 “늘 캐릭터로 무대에 오르다 배우로서 관객 앞에 서는 경험이 색다르더라”면서 “많은 힘을 얻고 있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 역시 남다른 감회를 느끼긴 마찬가지. 기특함과 대견함을 담은 부모 시선을 느낄 때면 미소가 절로 난단다.
문유강은 ‘하이재킹’ 현장을 반가움으로 기억한다. 삼촌이자 선배 배우인 하정우, 대학 동문 여진구를 비롯해 실제 대학 시절 절친한 동기였던 배우 김철윤과 접점 있는 역할로 만나서다. JTBC ‘이태원 클라쓰’와 KBS2 ‘꽃 피면 달 생각하고’, tvN ‘멘탈코치 제갈길’ 등 그가 출연한 작품을 기억하는 동료 배우도 여럿이었다. 친근한 이들과 비행기 내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함께한 현장은 거대한 연극 무대 같았다. 문유강은 “현장의 모든 부분에 큰 매력을 느꼈다”면서 “세트가 구체적이다 보니 꼭 ‘비빌 언덕’처럼 느껴지더라”며 씩 웃었다. 좋은 사람들과 합을 맞추는 만큼 그에 따른 기쁨도 컸다. 현장에서 저도 모르게 행복하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배우를 꿈꾸고 연기를 사랑했다던 문유강에게 지금의 삶은 선물 같다. 중학생 때부터 조금씩 고개를 든 장래 희망은 고등학생 때 연극부에 들어가며 구체화됐다. 그는 열여덟 당시 생애 첫 연극 ‘아름다운 사인’을 마치고 받은 박수갈채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부족함밖에 없는 연기에 그런 박수를 받으니 얼마나 기뻤겠어요. 그 감정에 중독돼 여러 일을 벌였어요. 다들 쉬는 방학에 공연을 하자 하고 대회 출전에 졸업생끼리 무대 세트도 만들고… 그러면서 꿈에 다가간다는 분명한 힘과 확신이 생겼죠.”
2019년 연극 ‘어나더 컨트리’를 시작으로 연예계에 정식 데뷔한 문유강은 ‘꽃 피면 달 생각하고’와 ‘멘탈코치 제갈길’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연기로써 전하는 맛을 알았다. 그동안 악역으로 진가를 드러냈다는 점에선 하정우의 지난날도 언뜻 스친다. 삼촌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던 문유강은 “어릴 때부터 연기를 사랑하며 행복하게 배우 생활을 하고 싶었다”면서 “남들보다 더 뜨겁게, 더 많은 땀을 흘리며 움직이는 배우가 될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연기로서 위로를 전하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분께 웃음이나 공감, 이야깃거리 등 다양한 위로를 드리고 싶거든요. 저는 아직도 나아갈 길이 한참 남았어요. 배우 문유강은 이제 시작이니까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