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더 강해진 재난재해 ‘안전지대’는 없다

[편집자시선]더 강해진 재난재해 ‘안전지대’는 없다

군산 시간당 146㎜ 기록적인 폭우, 부안 지진, 폭염 피해 ‘역대급’
김관영 지사, 부안지진 ‘지각 방문’ 구설…‘과하다 싶을 정도’ 대비해야

기사승인 2024-07-15 10:47:30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폭우와 폭염, 지진 등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전북지역에 지난주 기록적인 ‘물 폭탄’이 쏟아지며 축구장 면적의 483개에 달하는 농작물이 잠기고 마을이 고립되는 피해가 속출했다.

도내 일부 지역의 누적 강수량이 400mm가 넘었으며, 군산 어청도에는 한때 시간당 146㎜의 역대급 폭우가 쏟아져 군산 연 강수량 1,246mm의 10%를 넘어서는 등 최고 강우량으로 기록됐다. 이는 전국 97개 기후관측지점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새벽에 기록적인 장맛비가 내리면서 피해를 더 키웠다. 주택 침수, 도로 장애와 침수, 건물 침수, 산사태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완주에서는 하천이 범람하면서 주민 18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단계를 3단계로 격상하고 대처했지만 피해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기상청은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강수 강도”라며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이유로는 장마 정체전선이 해당 지역에 장기간 머무르면서 집중적인 폭우를 쏟은 것으로 파악했다.

많은 수증기를 머금은 제트기류가 낮에 폭염으로 달궈진 공기에 막혔다가 온도가 내려가는 밤에 비를 뿌리는 야행성이 이번 장마의 특징으로 국지성이 더 강해져 게릴라성 집중호우의 가능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관영 도지사는 “장마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선제적이고 과할 정도로 사전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다”며 “철저한 사전점검을 통해 인명 보호와 재산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시설 점검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부안군 남남서쪽 4km 지역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해 도민들은 큰 충격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지난 1978년 우리나라 지진 관측이 시작된 후 16번째 큰 지진으로 수도권에서까지 강한 진동이 감지됐고 공공시설 30건을 포함한 1,540건의 피해가 접수되었다.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져 왔던 전북지역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증명됐다. 이후 규모 3.1 지진 등 총 27차례 여진이 발생했다. 피해 주민들은 ‘매일 악몽을 꾸고 여진이 또 올까 무섭다’는 등 충격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부안지진을 계기로 새만금지역의 지질 정밀 조사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새만금지역은 부안과 접해 있고 지진과 관련한 활성단층과 가까이 자리 잡고 있으며 매립지 특성상 지반이 연약하기 때문이다. 지진이 발생할 경우 기반 시설이 취약한 지역에는 엄청난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
 
극한 기후와 재난이 갈수록 기승이다. 전문가들은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수증기가 넓게 퍼지면 강한 비를 유발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록적 폭우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마가 끝나면 극심한 폭염도 이어질 전망이다. 자연재해 발생은 불가항력적인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제대로 대응 준비를 갖춘다면 피해는 줄일 수 있다. 

부안에 유례없는 강진이 발생한 날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9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을 찾은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지사는 서울 일정을 소화하고 오후 5시40분께 부안군청 재난대책상황실에 도착해 상황 보고를 받았다.

김 지사는 오전부터 서울 한 호텔에서 전북지역 국회의원 10명, 전북에 연고를 둔 국회의원 20명을 차례로 만나 도내 현안을 논의하고 전북 발전에 필요한 입법을 요청했다고 하지만 부지사 등 다른 간부들에게 협의토록 하고 현장을 곧바로 찾았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민관 모두가 힘을 합쳐 대응해도 모자란 판에 ‘9시간 이후 방문’은 공직자들의 평소 위기의식과 대민관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시민단체에선 “도민이 혼란한 상황에 도지사가 자리를 비우고 뒤늦게 현장을 방문한 것은 마땅히 비판받을 일”이라고 비난했다.

자연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설마’하는 방심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 극한 기후에 따른 자연재해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지만 인재(人災)라는 말은 듣지 않도록 최대한의 대비로 피해를 줄여야 한다. . 

시민들의 안전의식도 중요하다. 재해를 줄이기 위해 중앙정부, 지방정부 가릴 것 없이 앞장서야 하지만 시민의 안전의식도 필요하다. 민관 철저한 대비와 점검만이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안전 점검과 재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