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낙태’ 영상 일파만파…“입법공백이 빚은 혼란”

‘36주 낙태’ 영상 일파만파…“입법공백이 빚은 혼란”

복지부, 유튜버·집도의 경찰에 수사 의뢰
의료윤리연구회 “의료계 전체가 책임 함께해야”

기사승인 2024-07-16 14:26:05
게티이미지뱅크

임신 36주에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돼 파장이 일고 있다. 낙태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후속 입법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말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임신 36주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린 여성 A씨와 수술을 맡은 의사 B씨에 대해 지난 12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임신 36주는 사실상 만삭에 가까워 ‘영아 살인’으로 봐야 한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36주라면 (태아가) 자궁 밖으로 나와 독립생활이 가능한 정도라는 전문가 의견이 있어 일반적인 낙태 사건과 달리 무게 있게 수사할 계획”이라며 “낙태와 관련한 전통적인 학설과 판례는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지만, 종합적 사실 확인을 거쳐 적용 법조와 죄명을 보겠다”고 밝혔다.

임신 24주를 넘어가는 낙태는 모자보건법상 불법이지만, 형법상 낙태죄가 사라지면서 처벌 효력이 없다. 이에 복지부는 34주 태아를 낙태한 의사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법원 판례를 참조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가 참조한 판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대법원은 34주차 태아에 대한 낙태 수술을 집도하던 중 태어난 아이를 숨지도록 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C씨에게 살인 등의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낙태죄 폐지 이후 관련 제도는 현재까지 공백인 상태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말까지 대체입법을 낼 것을 요청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해선 안 되지만, 임신 22주 이후 태아는 ‘독자적 생명’으로서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록 법령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와 정부, 의료계 등 사회적 책임이 있는 주체들이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윤리연구회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세계 주요 국가에선 낙태가 선거의 핵심 이슈로 대두되는 등 사회 전반에서 적극적인 논의가 펼쳐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소 미온적”이라며 “몇몇 국회의원들은 임신 기간에 관계없는 전면적 낙태 허용과 같은 무책임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에도 현저히 어긋난 입법을 추진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입법 공백으로 인해 벌어지는 국민들의 혼란과 불안을 하루빨리 해소할 책무가 있음을 절실히 인식할 것을 준엄히 규탄한다”며 “태아의 생명권 침해와 여성의 자기결정권 및 건강보호, 생명윤리의 현실 적용을 고민하며 의료계 전체가 책임을 함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