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안정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 민관이 참여하는 ‘공급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 입법이 재추진된다. 정부가 약제 긴급 수입 또는 생산을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의약품 품절 문제를 해결하는 마중물 역할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지난 12일 대표 발의했다. 한 의원은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국회 임기가 종료되며 자동 폐기됐다.
법안에는 민관이 함께 의약품 수급 불안정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수급 불안정 의약품 지정, 긴급 생산·수입 명령과 유통 개선 조치 등의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한 의원은 “수급 불안정 의약품 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해 의약품의 공급을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국민 건강관리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촉발된 의약품 수급 불안정 현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일선 의료기관과 약국은 의약품 조제·투약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의정부 소재 약국 약사 A씨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요즘 4~5세 소아 폐렴 환자가 늘면서 기관지 확장제를 많이 쓰고 있는데 공급 문제가 자주 불거진다”며 “약국들은 언제 약을 구할 수 있을지 몰라 물량이 있으면 손해를 감수하면서 쟁여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의약품 부족 현상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특히 소아약 품절은 해를 넘겨 지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대한약사회 등 의약단체와 함께 ‘수급 불안정 의약품 대응 민관협의체’(이하 민관협의체)를 운영해 수급 부족 의약품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품절 이슈가 불거졌던 소아 천식 치료제 ‘미분화부데소니드’는 작년 11월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해 신속 행정 처리 등을 지원할 근거를 마련하고, 약가 인상 등의 조치를 취해 공급량이 63.7% 증산됐다.
그러나 현행 약사법은 품절 의약품의 긴급 생산과 수입, 유통 개선 조치 등 제도적 장치가 미비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관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민필기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민관협의체에서 약가 인상 등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지만,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보니 관련 조치를 명확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민관협의체는 공식 위원회가 아닌 테스크포스(TF)팀에 가깝다 보니 지속적으로 정책을 이끌어나가는 것도 힘들다”고 짚었다.
이어 “의약품 수급 불안정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만큼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민관이 참여하는 공급관리위원회가 설치되고, 약제 긴급 수입 및 생산을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품절약 수급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윤영미 대한약사회 정책홍보수석은 “공급관리위원회가 설치되면 제약회사 생산 단계부터 유통, 환자 투약까지 전주기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며 “조직과 시스템 구성이 보다 탄탄해져서 현장의 어려움과 요구가 바로 반영되는 실행력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