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일상 된 학교…교사‧학생 인권은 누가 보호하나 [교사 없는 교실②]

‘불안’이 일상 된 학교…교사‧학생 인권은 누가 보호하나 [교사 없는 교실②]

기사승인 2024-07-18 14:00:11
지난해 여름,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고 교실을 정상화하자는 교사들의 외침으로 국회가 움직였습니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법안과 후속 정책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권과 학생인권을 대립해 갈등을 조장하기도, 또 현장 교사들은 여전히 교권을 보호받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쿠키뉴스는 서이초등학교 사건 1주기를 맞아 교권 회복 및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찾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지난해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교사들과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쿠키뉴스DB

“늘 불안해요. 40분 수업시간 동안 제가 한 말과 행동에 대해 수십 번씩 곱씹어 봐요. 혹시 아동학대로 고소당하지 않을까” A교사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면 성적으로 줄 세우는 문화가 다시 시작될 거 같아요. 기초학력 부진 학생 이름을 호명한다든지 강제로 자율학습을 한다든지…” E학생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회복 및 공교육 정상화가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무너진 교권은 비대해진 학생인권 때문이라며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 모두 이런 문제의식으론 학생인권도, 교사인권도 보호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제도권의 잘못된 진단 속에 교실엔 불안과 무기력이 또 두려움이 싹트고 있다.

이달 초 교사 출신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이초 특별법 패키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교원 교육활동 법률 명시 및 지원방안 △학생 분리 조치와 긴급상황 시 물리적 제지 법제화 △악성 민원 대응방안 △학교 폭력 사안조사 법적 근거 △정서적 아동학대 악용을 막기 위한 요건 명확화 및 교원 보호·지원 조치 등의 내용이 골자다.

실제 현장에서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교권보호 5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여전히 악성 민원을 교사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8년차 교사 A씨는 “교권보호법 실행 이후 학교에서 민원상담실을 교감실로 정했으나 학부모들의 항의가 있었다”며 “담임과의 소통 창구를 마련해달라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 학교생활이 궁금한 학부모의 입장을 이해한다. 하지만 교실 내선번호도 있고, 하이클래스 알림장 댓글로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 이 이상은 부담스럽다”며 “하이톡‧하이콜(하이클래스 내 문자‧전화 기능)을 쓰면 학부모들의 감정창구가 될 것 같아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신규 교사의 49재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시민추모공간에 추모객들이 작성한 추모 메세지들이 붙어 있다. 쿠키뉴스DB

서이초 특별법 패키지 법안에는 교사들이 가장 시급하다는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행위도 개정 대상이다. 한국교총이 전국 유‧초‧중‧고 교원 42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가장 시급한 개선과제로 ‘모호한 정서학대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는 아동복지법 개정’(45.2%)이 1위였다.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에 따른 무혐의 결정 시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간주하는 교원지위법 개정’(15.7%) 역시 3위에 올랐다.

5년차 교사 B씨는 아동학대 신고 우려에 교실에서 점차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는 “임용 초반에는 40분 수업시간을 알차게 구성하고, 학생들의 인성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나 혹여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들었다”며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어 생활지도에서도, 교육활동에서도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서적 학대에 무고죄가 없으니 사회통념에 어긋나지 않아도 ‘일단 걸고 보자’가 일상화 됐다”며 “고소고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게 교육활동 1순위 목표”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교원을 보호하는 방안이 학생인권을 뺏는 방향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고 말한다.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인권감수성 및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C교사는 “소수의 학생과 보호자가 학급에 미치는 해악이 크기에 이들에 대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면서도 “학생인권이 비대하게 커져 교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은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만큼 의무를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학생인권조례가 개정돼 학생들도 책임과 자유를 배우길 바란다”며 “교사에게는 교실에 피해를 주는 학생을 적절히 제재할 수단과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방향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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