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돌아가겠단 전공의, 사직 반대하는 교수…의료현장 ‘악화일로’

안 돌아가겠단 전공의, 사직 반대하는 교수…의료현장 ‘악화일로’

기사승인 2024-07-17 20:46:51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본관 뇌신경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1만여명의 사직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는 병원으로 안 돌아가겠다고 하고, 교수들은 일괄 사직 처리는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혼란이 거듭되는 사이 의료현장은 악화일로를 걷는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련병원들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를 마치고 결원 규모를 확정해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제출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2일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각 수련병원에 이날까지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를 완료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무응답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각 병원의 전공의 정원은 한정돼 있어 사직 처리가 완료돼야만 결원 규모를 확정해 수평위에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지던트 2~4년차는 ‘사직’으로, 올해 3월 새롭게 수련을 시작해야 했던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는 ‘임용 취소’로 처리하는 양상이다.

수련병원들의 전공의 사직 처리는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전날(16일) 무응답 전공의들에게 ‘사직에 관한 합의서’를 송달하고 이번에도 응답하지 않으면 7월15일 자로 사직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중앙의료원 역시 전공의들에게 전날 자정까지 복귀나 사직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사직 처리된다고 공지, 그대로 이행했다.

현재 레지던트 사직률은 전공의들의 의사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급증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16일 기준 사직 레지던트는 1만506명 중 1302명이다. 15일 75명에서 1207명 증가했다.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다음 날인 지난달 5일에는 4명에 불과했으나, 한 달 보름 새 1278명 늘었다.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레지던트 사직률은 16일 기준 38.1%로, 1922명 중 732명이 사직했다. 수련병원들의 전공의 사직 절차는 한창 진행 중이어서 사직률은 앞으로 급격히 오를 전망이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전공의 단체는 사직 절차를 밟는 수련병원장들을 향해 “권력에 굴복했다”고 비판하며 고발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합리한 정책과 위헌적 행정 명령에도 불구하고 거대 권력에 굴복한 병원장들에게 유감의 말씀을 전한다”고 적었다.

박 위원장은 “전공의를 병원의 소모품으로 치부하며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병원장들의 행태가 개탄스럽다”며 “대전협 비대위는 퇴직금 지급 지연, 타 기관 취업 방해 등 전공의들의 노동권을 침해한 병원장에 대해 형사 고발, 민사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교수들은 전공의들을 비호하고 나섰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수련병원 교수 대표 모임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사직서 처리와 수리 시점 등은 일방적으로 결정될 것이 아니라 개별 소속 전공의들과 충분한 논의 후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 과정의 꼼수를 따르다 자칫 소속 전공의들을 수련병원에서 더욱 멀어지게 함으로써 필수의료 몰락으로 이어지는 패착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병원이 일괄 사직을 강행한다면 스승인 교수들과 전공의와의 사제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비대위는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에 보낸 서신에서 “무응답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는 미래 의료 주역들의 인권을 짓밟는 처사”라며 “일괄 사직을 강행한다면 앞으로 교수들은 전공의들과의 사제관계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공의는 안 돌아온다 하고, 교수들은 병원장을 비판하며 사직 처리를 비판하는 상황에서 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전국 모든 지방의료원과 국공립 의료기관의 컨트롤타워인 국립중앙의료원(NMC) 마저 흔들리고 있다. NMC는 지난 3월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최근엔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이 사직서를 냈다. NMC는 즉시 충원을 위한 모집에 나섰지만 지원율은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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