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인 7월 17일 ‘개헌’을 말한 이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유일했다. 우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개헌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제안과 함께 오는 2026년 전국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냈다.
불과 1년 전, 총선 전까지만 해도 ‘개헌’을 얘기해온 정치권은 이날은 모처럼 일치단결했다. 우리나라 헌법을 만든 기념일인 만큼 개헌을 언급할 만도 했지만, 서로에 대한 비방과 비판만 할 뿐이었다. 야권을 물론 여권 인사들도 개헌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시계추를 지난해로 돌려보면 개헌에 대한 정치권의 요구는 분명히 존재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5월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했다. 또 총선을 앞두고는 선거 개혁을 포함한 개헌론을 띄우기도 했다.
또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서 윤석열·이재명 모두 헌법 개정 관련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당시 윤석열 후보)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고 밝혔고, 이재명 전 대표(당시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개헌을 10대 공약 중 하나로 제안했다.
꾸준히 개헌론을 제기해온 정치권이 22대 국회 개원 후 침묵하는 배경에는 각자의 셈법이 숨어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현재 무르익고 있는 특검 정국을 최대한 길게 끌어가고 싶을 것이다. 만약 개헌론을 띄워 정치권 이슈가 개헌블랙홀로 접어들면 자신들에게 손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지금의 개헌 논의가 본인들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아직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한창인 가운데 실질적 리더가 부재한 상황인데다가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월 한 매체와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지금 개헌 이야기가 나오면 민생과 개혁 문제는 다 묻힐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어 선뜻 누구도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황인성 정치부장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