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월마다 국민연금 보험료가 인상된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하다. 다만 이는 월 소득 590만~617만원 사이의 가입자만 해당하는 얘기다. 월 소득 39만~590만원 사이의 가입자는 보험료 변동이 없다. 월 617만원 이상 벌던 고소득자도 마찬가지다. 월 1000만원을 벌어도 월 소득 617만원의 가입자와 같은 보험료를 낸다.
이에 국민연금의 기준소득월액 상한선을 높여 고소득자에게 보험료를 더 많이 걷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어 저소득층이 향후 받게 될 연금액도 인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고소득자에게 지급될 연금액이 늘어나 재정이 악화될 우려도 있다. 19일 기준소득월액에 대해 알아봤다.
월 1000만원 벌어도, 617만원 벌어도 같은 보험료 낸다
국민연금의 내는 돈(보험료율)은 지난 1998년 이후 월 소득의 9%로 고정돼 있다. 그러나 매년 국민연금 보험료가 인상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기준소득월액이 조정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매년 소비자 물가와 가입자 소득 상승을 반영해 기준소득월액의 상한액과 하한액을 손질한다. 올해 7월부터 상한액은 590만원에서 617만원으로, 하한액은 37만원에서 39만원으로 각각 오른다. 전체 가입자 평균 소득의 최근 3년간 평균액(A값)이 4.5%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 기준은 내년 6월까지 1년간 적용된다.
상한액은 월급을 617만원 이상 받는다고 하더라도, 월 소득이 617만원이라고 여기고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1000만원을 벌어도, 국민연금 제도 안에선 월 617만원의 소득으로 책정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월 소득이 590만~617만원 사이에 있는 가입자는 이달부터 자신의 소득에 맞춰 연금 보험료가 오른다. 원래 53만1000원을 내던 지역가입자의 경우, 최대 2만4300원을 더 내 총 55만5300원의 보험료가 청구된다. 회사가 절반을 부담하는 직장인은 1만2150원을 더해 27만7650원을 내야 한다.
반면 기존 상한액(590만원)과 새 하한액(39만원) 사이에 있는 가입자의 보험료에는 변동이 없다. 또 기존부터 617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도 내는 돈은 같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으로, 세금이 아니기 때문에 소득이나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보험료를 무한정 부과하지 않는다. 소득 수준에 따라 보험료가 과도하게 책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상한액 높이면 저소득·중간계층에 더 득 되는 구조”
그간 국민연금의 상한선이 낮아 소비자물가와 임금, 가입자 소득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민연금의 상한액은 다른 연금제도나 건강보험에 비해 낮은 편이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소득 상한선은 월 856만원이고, 올해 적용되는 건강보험의 상한선은 월 1억2000만원가량(직장 평균 보수월액의 30배)이다.
상한선이 높지 않다 보니, 2020년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의 13.11%가 상한 구간에 속할 정도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견주어도 많은 편이다. 지난 2021년 12월 발간된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기준소득월액 상·하한 조정방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상한 구간에 속하는 가입자는 미국 6.18%, 일본 6.78%, 독일 6.79%에 불과하다.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상한선을 높여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연금 보험료를 걷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상한액이 높아지면 중간계층과 저소득층 가입자에겐 더 득이 되는 구조 때문이다.
국민연금 제도는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연금 수령액 산정 시 자신의 소득과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인 A값을 더해 계산한다.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다는 뜻이다.
소득대체율 40%로만 단순 계산한다면,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인 가입자와 300만원인 가입자는 각각 40만원, 120만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소득재분배 기능을 반영하면 계산이 달라진다. 자신의 소득에 A값을 더해 계산하면 각각 60만원, 100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다만 현재 국민연금 제도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저부담-고급여’ 체계인 탓에, 고소득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반대 의견도 높다. 많이 낼수록 노후엔 더 많은 연금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탓에 고소득자들도 상한액 인상을 찬성하는 여론이 두드러진다. 2021년 국민연금연구원 조사 결과, 소득 수준이 상한 구간에 해당할 것으로 간주되는 가입자의 38.8%는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향후 고소득자가 많은 급여를 타가면서 재정이 악화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연금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상한액을 800만원으로 올려도, 기금소진 시점이 1년가량 앞당겨지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부담도 그리 크지 않다는 얘기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1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근로자 평균 임금과 비교하면 국민연금 상한액이 지나치게 적다. 이는 공무원 연금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면서 “소득 상한을 올리면 실질 소득대체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상한액을 공무원 연금 수준으로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