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해서 더 재밌네…황정민·염정아 ‘크로스’ [쿡리뷰]

뻔해서 더 재밌네…황정민·염정아 ‘크로스’ [쿡리뷰]

기사승인 2024-08-05 16:00:03
영화 ‘크로스’ 스틸컷. 넷플릭스

아시아 사격대회 은메달 출신인 미선(염정아)은 잘나가는 형사다. 강력범죄수사대 경사로 일하는 그의 내조를 맡은 건 조신한 남편 강무(황정민). 평범한 부부의 평화가 깨지는 건 한순간이다. 미선의 후배 형사들이 강무의 외도로 보이는 정황을 발견해서다. 의심스러운 상황이 이어지자 미선은 점점 더 날이 선다. 마약 사건 수사하랴, 남편 뒤 밟으랴, 바빠지는 미선의 일상. 과연 신실한 남편 강무는 정말로 바람을 피운 걸까?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감독 이명훈)는 코미디와 액션을 맛깔나게 버무린 한상차림 같은 작품이다. 설정은 클리셰를 비틀었지만 이야기는 익히 알 법한 구조를 취한다. 사회의 오래된 성 관념을 뒤집어 아내에게 무뚝뚝함과 유능한 직업군을 부여하고 남편에겐 그를 보좌하는 역할을 맡겼다. 비틀린 설정 속 웃음이 안정적으로 피어난다.

서로에게 정체를 숨긴 부부가 오해를 거쳐 이를 풀어가는 이야기는 꽤 익숙하다.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함께한 영화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감독 더그 라이만)와도 비슷한 면이 있다. ‘크로스’는 이 같은 클리셰를 적절히 답습한다. 아는 맛이 주는 안정된 재미가 가장 큰 매력이다. 현직 형사 아내와 전직 요원 남편이 일련의 일들을 거쳐 한 사건으로 얽히자 몰입감은 더욱 커진다. 추리 요소를 적당히 심어둔 것 역시 보는 맛을 더한다.

‘크로스’ 스틸컷. 넷플릭스

배우 황정민과 염정아는 극을 이끌고 완성도를 더하는 핵심이다. 최근 tvN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에 담겼던 차진 호흡 그대로다. 중년 부부의 여유로움과 익숙함을 표현하며 웃음을 놓지 않는다. 최근 다수 작품에서 강렬한 악역으로 모습을 비쳤던 황정민의 순진무구한 얼굴은 새롭게 와닿는다. 액션에 도전한 염정아의 고군분투도 신선하다. 연기 잘하는 두 배우가 중심에서 전개를 떠받드니 지루할 틈이 없다. 정만식 등 이들에 힘을 보태는 조연들의 활약도 좋다. 전혜진은 다양한 면면을 보여주며 극에 활력을 더한다.

극장에서 봤다면 웃음 타율이 더 높아졌으리란 아쉬움이 남는다. 몇몇 장면은 어두운 상영관에서 다 불시에 나왔을 때 함께 큰 웃음이 터지는 모습이 연상된다. 다만 극장용 영화를 까다롭게 가리는 일부 관객에겐 ‘크로스’가 지향하는 가벼운 코미디와 넷플릭스 플랫폼의 상성이 좋게 느껴질 수 있겠다. 여가 시간에 큰 품 들이지 않고 가뿐하게 볼만한 영화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즈음엔 두 사람의 부부 호흡을 더 보고 싶다는 욕심도 스멀스멀 피어난다. 오는 9일 공개.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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