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후에 탕후루, 삼겹살 먹고 두바이 초콜릿, 치킨 뒤엔 망고 케이크. 오늘도 ‘단짠의 굴레’에 갇히셨나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성인의 하루 당 섭취량은 총열량의 10% 이내입니다. 하루에 2000㎉를 섭취하는 경우 일일 당 섭취 권장량은 50g입니다. 하지만 식사 후에 마신 연유라테 한 잔에 들어간 당이 무려 54g. 이러니 권장량을 지키기 쉽지 않죠. 후회 속에 철저한 식이요법을 다짐하지만, SNS나 유튜브에 올라오는 음식들을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당과 나트륨 섭취가 늘어 고민하는 건 개인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 정부들도 이 문제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20·30대 젊은 당뇨병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당과 나트륨이 어느 정도인지,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또 당국은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전개하는지 살펴 5일부터 10일까지 엿새에 걸쳐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
설탕과 소금을 많이 먹으면 안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중독성이 강해 한 번 맛을 들이면 끊기가 어렵다. 과도한 섭취는 피로, 염증, 당뇨, 암, 불면증, 우울증 등을 유발한다. 전문가들은 언제 어디서나 강렬한 유혹을 뻗치는 당류·나트륨을 일상 속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짚는다. 더불어 균형 잡힌 식사와 꾸준한 유산소·근력 운동을 이어가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나트륨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장소는 가정이다. 김치, 국, 탕, 찌개 등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들을 주로 섭취하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22년 기준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074㎎으로, 가정에서 66.8%를 섭취했다. 뒤이어 음식점 17.5%, 학교·직장 13.8% 순이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이후 음식점에서 섭취하는 나트륨의 양은 점차 감소한 반면, 가정에서 배달·포장 음식을 먹고 섭취한 나트륨은 늘어하는 추세다. 하루 평균 가정 내 배달·포장 음식을 통한 나트륨 섭취량은 2018년 166㎎, 2020년 260㎎, 2022년 255㎎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과도한 당류·나트륨 섭취와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해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24 한눈에 보는 신체활동·비만·영양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2022년 0~17세의 과체중·비만 비율은 20%대를 넘어섰다. 9~17세 비만율은 14.3%로 2018년 조사 결과(3.4%)보다 3.5배 높았다. 주 3회 이상 단맛이 나는 음료를 마신다고 응답한 소아·청소년은 63.6%, 주 3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를 즐긴다고 응답한 비율은 22.3%에 달했다.
패스트푸드나 라면 등을 먹는 비중은 늘어나고 우유, 채소, 과일 섭취율은 하락하는 등 식습관 변화도 눈에 띈다. 2022년 기준 주 1회 이상 라면을 먹는 중학생은 89.2%에 이르렀다. 주 3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다고 응답한 소아·청소년은 27.3%로, 2019년 25.5%에 비해 1.8% 증가했다. 반면 김치를 제외하고 하루 3회 이상 채소를 섭취하는 비율은 전체의 8.3%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당류·나트륨 섭취가 비만과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가능성을 높인다며 일상 속에서 줄여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문준성 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콜라 1캔에 각설탕 7개 분량의 당이 들어있는데, 이는 하루 섭취 권장량(50g)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성인의 경우 청량음료 외에도 달콤한 캔커피나 믹스커피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든 내가 원하는 맛을 누릴 수 있는 풍요로운 일상을 거스르는 게 쉽지 않다.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맛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점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오범조 서울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저염·저당 실천은 ‘생활습관의학’이다. 과도한 당류·나트륨 섭취로 인한 고혈압, 당뇨는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주게 되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큰 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집에서 덜 짜게 요리하면서 배달음식은 가급적 피하고 소금, 젓갈, 쌈장 같은 양념류는 조금만 먹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이 부모의 식사 패턴을 보고 따르는 점도 짚었다. 문준성 교수는 “자녀에게 제품에 표시돼 있는 영양정보 읽는 방법을 알려주면 어떤 음식을 선택해야 좋은지 인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아이들은 영양소에 대한 개념이 낯설기 때문에 관련 정보들을 시각화해 교육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꾸준한 운동도 건강 관리를 위해 필수적이다.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에는 걷기 또는 달리기, 팔굽혀펴기, 런지, 스쿼트 등이 있다. 문준성 교수는 “다양한 근력 운동의 횟수와 강도를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좋다”며 “한 번에 강도 높은 운동을 많이 하기보단 주 3~4회 정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영양 성분과 당류·나트륨 저감 표시 대상 품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영양 표시 확인 방법 등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는 등 저당·저염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식약처는 개인이 나트륨·당류 함유가 적은 식품을 검색 후 선택해 섭취할 수 있도록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도 운영 중이다. 나트륨·당류를 줄인 건강 조리법을 소개하는 ‘삼삼한 밥상’ 책자를 발간기도 했다. 올해 들어선 매년 3월3일을 ‘삼삼데이’로 지정하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삼삼데이는 ‘나트륨을 줄인 삼삼하고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날’을 뜻한다. 시범사업에는 위탁급식업체가 운영하는 집단급식소 258개소와 식생활안전관리원이 급식 위생·안전 관리를 지원하는 어린이급식소 약 3만5500개소, 사회복지급식소 약 1800개소가 참여한다. 내년에는 나트륨을 줄이는 식생활 실천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박선영 식약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은 “‘올바른 식습관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는 핵심 메시지를 갖고 영양 교육과 홍보, 지원 등을 펼치고 있다”며 “국민의 식생활 건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