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거대 야당의 입법 강행, 정부·여당의 거부권 대치 정국이 되풀이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정쟁 원인을 윤석열 대통령에 돌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여·야·정 상설 협의체’ 참여는 물론 제1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촉구하며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무엇 때문에 정치가 실종되고 정쟁이 격화되는지 근본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며 “일방통행, 고집불통,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정치가 실종되게 만든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단적인 예가 거부권 행사 횟수다. 윤 대통령은 방송4법과 노란봉투법, 민생회복지원금법까지 거부하면 21번의 거부권 행사라는 기록을 세운다”며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여야 대립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대통령이 야당으로 대변되는 국민과 대립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생 현안 해결과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선 대통령과 여당, 특히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국민의 얘기도 경청하고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여·야·정 협의체’ 구성과 제1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제시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대통령의 의지와 진정성이 중요하다”며 “(민주당이) 영수회담과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한 이유도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중대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결단하고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여·야·정 협의체’ 구성 조건으로 영수회담부터 진행할 것을 내걸었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국정 운영에 절대적 책임과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함께해야 의미가 있다”며 “여야 (원내대표 간) 상설 협의만으로 책임과 재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어제 첫 번째로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그다음으로 상설협의체를 만들자고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날 3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로 대정부·대여 공세에 고삐를 죄기도 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3차 채상병 특검법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연계해 수사 대상이 확대됐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민주당은 채상병특검법이 “오히려 협치의 절정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민생 협의체 등 여야가 협치 분위기로 공감대가 모아진 상태에서 채상병 특검 발의가 다시 여야 대치 국면을 촉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도 이탈 조짐이 있고, 국민 목소리를 듣고 여당 내부에서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오히려 협치의 정점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일각에서는 여당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방어기제로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협의체가 실질적 성과 내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기존 입장이 전환되어야 한다”며 “(그런 맥락에서) 채상병 특검법 수용으로 국정난맥이 풀리게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대한 본격 논의에 들어갔으나 사실상 빈손 회동으로 끝났다. 민주당은 영수회담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국민의힘은 조건 없이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새 지도체제가 완성된 이후”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