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 ‘소멸론’까지 불러온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가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위기 극복에 선발주자로 나선 정부의 노력이 한계를 보이면서 이제는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이 나서야 하는 이유와 역할을 중심으로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
“정부가 기존에 해왔던 비용 완화 정책들, 그 핵심 중 하나가 일과 가정의 양립이다. 또 다른 측면은 가족 가치와 인식에 대한 변화다. 이 부분들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 효과성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사회구조 개혁을 이끌어가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 해결에서 멀어지게 된다”
저출산 문제가 우리나라의 국가 성장 동력까지 저해할 만큼 심각한 문제로 부각된 상황이다.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진행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빠른 성장을 보이던 산업화 시기 출생과 관련한 부작용에 대해 정책적 대응이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현재 비용 완화 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을 위해 문화 가치 개선을 위한 투자가 필수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연구와 강의에 몰두하고 있다. 전공 분야는 건강과 인구 경제학으로 그동안 의료 관련 정책 수립 및 평가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인구 문제와 함께 보건의료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기업의 가족친화제도 수립은 저출산 해결 시발점, 최대 수혜도 기업”
홍 교수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해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결혼 적령기에 해당하는 인구는 대다수가 직장을 다니면서 본인이 쓰는 시간의 절반을 일하는 데 사용한다. 더욱이 과거와 달리 성별 역할의 분리가 없는 맞벌이 부부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육아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 확보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육아 돌봄 시간 확보를 위해서는 기업이 일하는 시간 일부를 할애할 수 있도록 나서줘야 한다”며 “한국은 전통적인 기업 문화가 남성중심 문화였다. 앞으로는 기업 문화를 가족친화적으로 변화시키는 행보가 필요하다. 일·가정 양립을 통해 가족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결혼과 출산을 도모하는 데 가장 큰 시발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수혜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기업은 사람들을 고용해서 자본을 넣어 생산 활동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인구가 늘어날수록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받는 혜택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홍 교수는 “인구가 점점 줄면서 앞으로 기업들의 노동 수요는 높아지고 공급은 굉장히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좋은 근로자를 영입하기 위해서 일·가정 양립이란 가족친화제도를 갖춰놓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경우 사회 전반에 걸쳐 기업들의 문화가 경쟁을 통해 변화하게 된다”며 “기업의 역할이 (저출생 문제 해결에)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들의 금전적인 지원 제도에 대해서는 한계점이 명확하다고 선을 그었다. 근로자 복지를 위한 현금 지출은 단기적인 현상에 그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홍 교수는 “기업이 지원할 때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법 등은 다양할 것이지만, 정부도 현금을 지출하는 데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는 한계점에 봉착했다. 물론 기업이 아이를 낳는 근로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게 출산장려 목적도 있겠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육아에 있어서 지속되는 지출은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금전적 효과는 곧 상실된다. 오히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어려움을 회사가 공감하고 배려해 주는 역할이 더 크다”고 밝혔다.
이를 제도적으로 구비해야 한다는 게 홍 교수의 제언이다. 정부도 유연근무제도 등 기본적으로 판을 깔아주는 도움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부 강제성을 띈 제도 말고는 다 기업의 자율성에 기반한다”면서 “정부가 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한편으로는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 강제성을 부여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계약을 하거나 취업규칙 계약 때 일·가정 양립을 하겠다는 약속을 담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홍 교수는 “또 한 가지, 정부는 잘하는 기업에 대해 여성친화인증 등 여러 혜택을 주고 있지만 기업주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별로 실용적인 혜택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며 “과거보다 좀 더 과감한 인센티브를 줘야 기업들이 더 나설 것이라고 본다. 법인세를 감면하거나 몇 년 동안 세무조사를 유예해달라는 기업주 입장도 있다”고 언급했다.
홍 교수는 중소기업에 정부 재정지원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는 발언도 남겼다. 그는 “중소기업이 일·가정 양립을 따라올 수 있게끔 마중물을 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 대기업은 과거보다는 잘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정부 재원을 더 투자한다면 중소기업에 올인을 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 수립을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유럽과 같은 나라들처럼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해결, 장기적 사회 구조개혁 이끌어야”
홍 교수는 기본적으로 가족에 대한 청년들의 가치 평가가 올라가지 않으면 정부와 기업의 노력에도 개선 한계점이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유럽 국가인 핀란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복지정책 선진국으로 양성평등 최상위권 국가인 핀란드는 지난 2010년 출산율이 2.0에서 지난해 1.2로 떨어졌다. 유럽 내 출산율이 가장 낮은 초저출산 국가가 됐다.
홍 교수는 “최근 핀란드 국영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이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한 인사이트를 달라고 요청했다”며 “여러 정책을 거론했으나 핀란드 측은 자신들의 국가가 이미 잘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유럽에서 비용 완화 정책은 중요하지만, 한계점에 부딪쳤다는 회의가 일고 있다. 예전에 비해 가족가치가 하락하고, 개인 생활에 대한 가치가 상대적으로 많이 높아진 만큼, 이같은 가치관의 변화에 대한 대응을 함께하지 않으면 전통적인 비용 완화 정책으로 이제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홍 교수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구조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또 하나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늦어진다. 사회에서는 결혼의 조건을 말할 때 대기업, 수도권 집 보유 등을 따지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얽혀 있는 구조적인 문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사회구조개혁을 이끌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교육개혁을 통해 과도한 경쟁이 완화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것이고,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게 초저출생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누구 - 시카고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 現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교수 - 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 前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부교수 |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