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을 기리고 선양하며 계승하려 노력하는 이들을 어디서든 만날 수 있었어요 의병은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자 우리 미래를 지켜주는 강력한 방어시스템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임도혁 작가(한밭FM 대표)가 1일 ‘의병은 살아 있다, 호남·충청 순례’(312쪽, 가디언)를 펴냈다. 작가는 임진왜란 의병들의 뜨거운 함성과 숨결, 그리고 오늘의 우리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꿈틀대는 의병 정신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조명한 책이라고 밝혔다.
책은 4부로 이루어졌다. 1부는 임진왜란 전황을 바꾼 의병과 수군의 역할에 대해, 2부는 송제민, 황진, 고경명, 조헌, 영규대사, 김천일 같은 쟁쟁한 임진왜란 의병에 대해 설명한다. 3부 정유재란 편에서는 호남을 철저하게 유린했던 상황에다 김덕령과 홍가신, 이영남과 류형 등의 활약을 덧붙였다.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의병장, 의병을 돕느라 군량과 무기를 댄 우국지사도 적극 소개함으로써 이슬처럼 사라져간, 잊혀가는 의병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송제민, 황진, 최경회 등에 대한 글도 이채롭다. 4부는 강항의 ‘간양록’ 등 전쟁 중의 일기 3편에 대한 글이다.
임진왜란 의병은 참혹했던 미증유의 국난을 맞아 절대 열세임에도 죽음을 무릅쓰고 일어난 자발적인 봉기이다. 이 책은 문헌이나 사료, 인터넷 검색에만 의존해 의병활동을 정리한 ‘옛날 옛적 과거사’에 머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여러 유적지를 찾아 소개하고 느낌을 담은 평면적인 답사서에 그친 것도 아니다. 과거의 공간적 상황에다 현재를 연결시켰고 미래까지 연계해 의병 활약을 입체적으로 구성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시공 유기적 연결, ‘3D 입체화’ 시도 눈길
이를 위해 그물의 씨줄 날줄처럼 시공(時空)을 유기적으로 구성했다. 의병과 수군 간, 의병과 관군 간 공간적 접점을 찾고 있으며 또한 의병과 후손 간 시간적 고리도 찾아내 연결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위해 추모식에 참석해 행사를 스케치하고 후손이나 관련 인사들의 목소리를 보태 책을 ‘2D’가 아닌 ‘3D’로 입체화하는 데 힘썼다. 전적지 성역화나 선양사업 등 향후 계획도 군데군데 들어있다. 이를 위해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곳곳을 누빈 땀의 결과라며 DSLR 카메라 2대와 드론까지 동원해 ‘현장’을 생생하게 사진으로 담았다고 전했다.
재미있고 감동 넘치는 읽을거리 가득
흥미진진하면서 긴장감 넘치는 읽을거리도 넘친다. 이치대첩의 영웅 황진 편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파괴된 여러 항일 관련 비석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권율장군비, 조헌순의비, 고경명순절비, 사명대사비 등 일제가 고의로 부수고 훼손한 비석들을 보노라면 절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칠백의총’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여기엔 우리가 잘 모르는 사연이 숨어있다.
임 작가는 당시 영규대사가 이끈 승병 800명의 순국은 제외돼 있으며 이들에 대한 현양사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불교계 입장. 그래서 ‘1500의총’으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사실관계를 규명해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임진왜란 최대의 비극 제2차 진주성 전투와 남원성 전투, ‘국민 연인’ 논개 담론의 확대재생산 과정, 정반대의 운명으로 갈라진 두 사내 김덕령과 홍가신, 일본에 포로로 끌려갔다가 비밀리에 탈출해 명나라를 거쳐 2년여 만에 귀국한 선비 등 책 곳곳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전쟁 한복판에 뛰어든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저자 임도혁은 “의병의 숭고한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그 어떤 깨달음이 함께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는 이들의 행적을 더 찾아내고 기리고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저자는 호남·충청에 이어 영남 의병, 중부·이북 의병에 대한 집필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