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관 주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이의 있습니다.”
23일 서울 양재 aT센터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22회 모의 공정위 경연대회’ 현장은 대학생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어려운 법정 용어가 난무하는데도 경연에 참여한 학생들의 실력은 감탄을 자아냈다. 법학과와 로스쿨, 대학원생 등으로 구성된 참가팀들은 저마다 준비해 온 자신만의 기량을 뽐냈다.
공정위는 미래 시장경제 주역이 될 대학(원)생들의 시장경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매년 모의공정위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시작된 대학생 모의공정위 경연대회는 올해로 22회를 맞았다. 올해는 예선(서면심사)을 통과한 13개 팀이 경연을 펼쳤다.
본선은 팀별로 실제 공정위의 심의절차를 본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피심인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주장하는 심사관측과 이를 부인하는 피심인측이 대심 구조로 공방을 펼쳤다.
참가자들은 직접 구상한 사건을 모의 심판정에 올리고, 공정위 심사관과 피심인 및 대리 변호사, 공정위 위원의 역할을 정해 위법성 여부를 따졌다. 그리고 공정위 3명의 심사위원들이 평가를 진행했다.
올해는 숙박·OTT·유통 플랫폼 등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음원시장에서의 부당 지원행위, 임대사업자들의 부당한 공동행위, 수급사업자에 대한 기술유용 및 부당특약행위 등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소재들을 주제로 다뤘다.
참가자들은 학업을 병행하면서 통상 6개월 내지 1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경연에 참여한다. 각 팀당 주어진 30분의 시간 동안 준비한 모든 걸 다 보여줘야 하는 만큼 대회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들은 대학(원)생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수준급 실력을 선보였다. 특히 최근 화두였던 이커머스 플랫폼의 소비자 선택권 제한 및 불공정 거래행위를 두고 치열한 찬반 대결이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해당 안건을 맡은 킬리만자로 팀의 심사관은 “OO의 유료 멤버십 통합 행위는 이용자가 OO에 머물러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적 의도가 포함됐다”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OTT 시장과 배달 플랫폼 시장으로 전이시켜 해당 시장의 경쟁제한 효과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심인 OO측은 “공정거래성 저해 여부를 판단하려면 모바일 앱의 특성 이해가 필요하다. 모바일 앱의 경우 복수 앱을 사용하는 게 가능하기에 특정 사업자로 쏠림혀상이 나타나거나 경쟁 배제현상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즉 ‘끼워팔기’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OO의 관련 상품이 통상적 거래관행에 비춰 부당한지에 대한 의견도 대립각을 세웠다. 심사관은 “OO의 유료 멤버십이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권 저해와 부가 서비스 강제 구매, 우월적 지위 남용 등을 근거로 거래 관행을 넘어선 공정거래 저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논리에 피심인 측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한편, 많은 소비자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라고 맞섰다.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 화제였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법적 쟁점도 다뤄졌다. 납품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유통업자가 경제적 이익 제공을 요구하면 대규모유통업법에 해당된다.
공정위는 이번 대회의 투명성을 강조하고자 예선 및 본선의 각 심사 기준을 사전에 공개했다. 또 경연 과정에서 소속 대학명 등을 익명으로 처리하는 등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본선에 진출한 13개 팀에게는 공정거래위원장 표창과 소정의 상금이 주어진다. 대상은 700만원, 우수상은 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이날 대회에 참여한 참가자 전원에게는 모의공정위 참가 인증서가 발부될 예정이다.
앞서 예선에는 역대 최다인 31개 팀이 참여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참여한 팀들은 가상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구상해 심사보고서와 피심인 의견서를 제출했다. 5명의 심사위원들은 이를 평가해 지난달 총 13개의 본선 진출 팀을 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