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마땅한 치료약이 없어 유전자 치료제가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주혁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 대표는 29일 여의도 국민일보 건물 12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민일보·쿠키뉴스 주최·주관 미래의학포럼을 통해 이같이 호소했다. 이 협회는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 환아의 가족 1500여명이 모여 만든 단체다.
이 대표의 자녀인 이모군(1세)은 선천망막질환을 앓고 있다. 각막 혼탁, 망막혈관 이상, 백내장, 황반변성, 소안구증, 안구표면 불균일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아이가 생후 100일째인데, 지금까지 안구 적출을 막기 위한 수술만 6번 했다. 이미 한쪽 눈은 실명에 이르렀다”면서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돼 치료 기회를 얻길 간절히 소망한다”라고 털어놨다.
이미 한국은 선천망막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김정훈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은 지난 2021년 동물 실험을 통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4세대 프라임 기술’로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다. 선천망막질환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효소 복합체로 잘라내 교정하는 ‘유전자 가위’ 치료제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환아에게 당장 투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소요 비용이 비싼 데다 규제도 강해 임상 데이터를 쌓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체내 유전자 교정 약물과 유전자 가위를 돌연변이가 있는 유전자서열까지 운송하기 위해선 유전자전달체인 바이러스벡터가 필요한데, 이를 개발하기 위해선 재료비만 최소 10~15억원이 필요하다. CDMO(바이오의약품 위탁 개발·생산) 업체가 요구하는 개발비도 25~3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연구팀에게 배정된 예산은 고작 8억원이다. 국가전략기술인 첨단 유전자·세포치료 관련 예산은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각 부처로 예산이 분배돼 전폭적인 집중 투자가 어려운 환경 탓이다. 그는 “정부의 첨단 재생의료 분야 투자가 강화됐지만, 막대한 임상연구비용에 비해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 계획 승인 조건이 까다로운 점도 문제다. 이 대표는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 허가를 받으려면 인체실험에 투입되는 약물보다 3~4배 많이 들어가는 동물실험을 다시 해야 한다“면서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하기 어려우니 해외 제약사들이 보내오는 러브콜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천성 안질환 유전자 세포·치료센터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 선천망막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할 수 있고, 동시에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면서 “바이오벤처 기업을 활성화하는 데 센터 건립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