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대학병원과 협업해 고효율 뇌전증 약물 체내 농도진단과 망막질환 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해 화제다.
뇌전증 치료약물 모니터링 진단기술
KRISS 나노바이오측정그룹은 세브란스병원 이상국 부교수팀과 공동연구로 뇌전증 환자의 치료약물 모니터링을 위한 새로운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뇌전증 환자는 일상 중 발생하는 습관성 발작을 억제하기 위해 항경련제를 복용하고, 정기적 검사로 체내 항경련제 농도를 추적 관리한다. 이는 혈중약물농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치료 효과를 높이고 과다 복용에 따른 부작용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는 항경련제 농도 진단기술은 검사 정확도와 소요 시간 등에서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면역측정법은 유사 약물과 교차 반응이 발생해 검사정확도가 떨어진다. 높은 정확도를 위해 시료를 전기분무방식으로 이온화하는 질량분석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어 환자의 부담이 크다.
공동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나노물질로 몰리브덴 디텔루라이드와 텅스텐 디텔루라이드 혼합물을 분석 시료에 투여하고 레이저로 이온화해 진단 약물의 검출 속도와 민감도를 크게 높였다.
이를 통해 뇌전증 환자 120명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 기존 진단법 대비 신뢰성을 99.9% 이상 유지하면서 소요 시간은 16분의 1 수준으로 단축했다. 특히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는 시료의 양이 10배 이상 늘어 검진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망막질환 약물전달 시스템 개발
KRISS 연구팀은 서울대병원 김정훈 교수팀과 협업해 망막질환 치료효과를 높이는 약물전달시스템을 새로 개발했다.
황반변성(AMD), 당뇨병성 망막병증(DR), 미숙아 망막병증(ROP)을 비롯한 대부분의 망막 질환은 안구 내 활성산소(ROS)의 불균형으로 발생한다.
활성산소가 과다 생산되면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망막세포 손상을 유발한다. 때문에 망막질환 치료는 산화 스트레스 방지성분을 포함한 약물을 안구 내 유리체에 주사한다.
이 경우 유리체에 주입된 치료성분이 목표 지점 도달 전 분해되는 경우가 많고 지속시간이 짧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다공성구조 실리카 나노물질을 매개로 신규 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물질에 치료성분인 휴매닌을 캡슐 형태로 저장해 주입하는 방식으로, 나노물질이 치료성분을 보호하기 때문에 목표부위까지 안전하게 전달되고 산화 스트레스가 감지될 때만 성분을 방출하기 때문에 주사 1회당 효과 지속시간도 길다.
이태걸 KRISS 나노바이오측정그룹 책임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출연연과 대학병원이 협업으로 이룬 성과”라며 “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나노기술을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