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파행 운영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경증 기준에 대해선 열이 많이 나도, 피부가 찢어져 피가 흘러도 전화로 직접 중증도에 대해 문의할 수 있는 정도라면 경증이라고 규정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를 통해 “8월 하순부터 (응급실) 환자 수가 다시 줄기 시작해 그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응급실 환자를 분산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 차관은 응급의료 현황 관련 일일브리핑을 시작한 지난 2일에도 “전반적인 응급의료 역량을 종합적으로 볼 때 일부 어려움은 있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차관은 응급의학과 의사뿐 아니라 후속 치료를 뒷받침할 배후진료 인력 부족을 ‘응급실 뺑뺑이’의 근본적 원인으로 봤다. 이어 전공의가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병원의 인력 부족 상황이 심화됐고 의정 갈등, 코로나19 재유행 등으로 인해 의료진의 피로도가 가중됐다고 진단했다.
박 차관은 “현장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의료기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의료개혁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전공의가 이탈하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했다.
환자가 경증과 중증을 판단하기 힘들 수 있다는 질의에 대해선 “본인이 전화해서 (병원을) 알아볼 수 있는 상태를 경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중증은 의식불명이거나 본인 스스로 뭘 할 수 없는 마비 상태에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열이 많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픈 경우, 어디가 찢어져 피가 많이 나는 것도 경증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수도권 소재 병원 응급실 11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하고 한 달째 의식불명 상태애 빠진 2세 여아 사건을 두고 ‘현장과 정부의 인식 간극이 크다’는 비판에 대해선 “그런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박 차관은 “현장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현장 얘기는 부분적인, 자기 주변에 있는 상황을 주로 전달하는 것이고 저희는 그런 뉴스가 나오지 않는 곳의 상황까지 다 포괄한 자료를 보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의 경우 일반적인 상황과는 다르게 보인다. 구체적인 상황을 지금 조사 중”이라며 “소아는 바로 대형병원으로 가기보다는 열을 빨리 내릴 수 있는 조치와 함께 인근 의료기관을 찾은 다음, 동네 의원에서 대처가 어렵다고 하면 그때 이송하는 것이 훨씬 빠르게 적정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된 의료기관에 15명의 군의관을 지원하고, 9일부터 파견되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약 235명을 위험기관에 집중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군의관, 공보의 파견으로 군과 농촌 지역 등은 그만큼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의엔 “2월 전공의 이탈 후 비상진료대책으로 이렇게 쭉 해왔고, 이번 파견이 8차째”라며 “물론 인력이 빠져나가면 어려움이 있겠지만, 가능한 범위 안에서 차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