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하반기 들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적극적이다. 상반기 수주 기피 현상까지 보이던 모습과 정반대다. 건설사 6곳은 정비사업 수주 1조원을 돌파했으며, 시장에서는 경쟁입찰이 늘어나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업체 가운데 7개가 정비사업 수주 ‘1조 클럽’을 달성했다. 정비사업 수주 1위는 포스코이앤씨로, 지난 2일 기준 누적 수주 4조7191억원을 달성했다. 5조 클럽 입성이 목전이다. 이어 △현대건설 3조3060억원 △롯데건설 1조6436억원 △삼성물산 1조5912억원 △SK에코플랜트 1조1185억원 △GS건설 1조3929억원 △대우건설 1조3554억원 순서다.
앞서 상반기 정비사업 시장에는 시공사의 수주 기피 현상이 이어졌다. 시공사가 고금리‧원자잿값 상승으로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10대 건설사 중 3곳이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 ‘제로’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서울 재건축 핵심지역인 강남과 한남에서도 사업성이 낮을 경우 단독입찰 혹은 유찰될 정도였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아파트는 대형 건설사 10곳이 현장설명회에 참석했으나 입찰 의사를 밝힌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다. 3.3㎡당 공사비가 920만원이고 일반분양 물량이 85가구로 적어 사업성이 낮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2차 입찰 진행에서야 DL이앤씨와 두산건설이 응했다.
하반기 들어 건설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가 없던 대우건설‧DL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은 하반기 들어 수주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7월 서울 저초구 잠원동 ‘신반포 16차 아파트’를 시작으로 부산 사하구 다대동 다대3구역,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 성산 모아타운 1구역 등을 수주하며, 총 1조9443억원의 수주 기록을 세웠다.
DL이앤씨도 7월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 시공권을 확보하며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 2일 도곡개포한신 재건축사업도 수주했다. DL이앤씨는 한남5구역에 단독 입찰한 만큼 연내 1조클럽 가입이 유력하다.
하반기 굵직한 사업장들도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한남뉴타운 한남4‧5구역(1조7000억원)을 비롯해 신반포2차(1조3000억원), 신길2구역(1조1100억원), 마천3구역(1조250억원) 등이 시공사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사업성이 좋은 사업장들이어서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한남4구역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2파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총공사비 1조5700억원에 달하는 사업장으로 높은 사업성을 갖췄다. 현대건설은 앞서 2021년 수주한 한남3구역과 함께 일대를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 조성을 꿈꾸고 있다. 삼성물산은 뉴타운 내 ‘래미안’ 깃발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신반포 4차 재건축 사업은 DL이앤씨와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가 수주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또 강남 압구정 3구역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서초구 방배 15구역은 삼성물산과 HDC 현대산업개발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수요자들의 매매 수요가 살아나 상반기보다 상황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진단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고 금리 인하가 예고되며 수요자의 기대심리가 커진 결과”라며 “건설사들도 상반기보다 적극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건축 조합들도 상반기에 눈치싸움을 하며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내지 않다가 시장이 활발해지는 모습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살아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사 관계자는 “상반기보다 조금 개선되긴 했으나 예전처럼 활발해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여전히 금리가 높고 부동산 시장이 경직됐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