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고려아연에서 근무해 온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이 영풍-고려아연 갈등에 대해 “4~5년 전, 영풍이 폐기물 처리를 떠넘기려 한 것을 고려아연이 거절하면서 갈등이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에 나섰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 소재 본사에서 핵심기술인력 20인 등 관계자들과 함께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확보 시도에 대해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온산제련소장 겸 기술연구소장을 거친 엔지니어(기술자) 출신으로, 사장, 부회장에 오르기까지 약 40년간 고려아연과 영풍의 동업 관계를 현장에서 지켜본 ‘산증인’이다.
그는 당시 낙동강 상류의 광산 근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카드뮴 등 배출 사건이 문제가 되자 영풍이 고려아연에 해결을 요구했고, 이를 고려아연이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장형진 영풍 고문은 이 문제 해결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하고 싶어 했지만, 우리는 남의 공장 폐기물을 받아서 처리하는 것은 배임이고 범죄행위여서 할 수 없었다”며 “이걸 막은 게 바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었고, 그 뒤로 장 고문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4년부터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중금속으로 인한 토양·수질 오염 의혹을 받아 왔다. 이에 환경부가 조사에 나서 낙동강으로 카드뮴이 유출된 정황을 확인, 지난 2021년 영풍에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했다. 이후 검찰은 환경 범죄 혐의로 영풍 대표이사와 석포제련소장 등 임직원 8명을 기소해 현재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 밖에도 영풍이 고려아연에 부당하게 경영 부담을 떠넘기려는 시도가 있었다”면서 “증거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즉각 반박문을 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기자회견을 통해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자로사이트 케이크, 카드뮴 등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자로사이트는 과거 영풍과 고려아연이 사용했던 아연 제련 공법의 명칭으로, 이 공법을 통해 아연을 생산하고 남은 최종 잔재물이 자로사이트 케이크인데, 현재는 양사 모두 공법을 변경해 더는 자로사이트 케이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로사이트 케이크에는 일부 아연 및 금속 성분이 남아있어 재처리를 통해 금속 성분을 더 추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몇 년 전 고려아연과 자로사이트 케이크 처리 방안에 대해 협의한 적은 있으나 최종적으로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면서 “카드뮴 케이크 등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제련 원료에 대한 재처리 방법을 논의한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201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주주들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고려아연을 사적으로 장악하고자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며 “고려아연과의 관계가 틀어진 본질적인 이유는 최 회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