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 2022년 8월 이후 혼인 건수가 큰 폭으로 늘었는데 이때 결혼한 부부가 첫 아이를 낳으면서 출생아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겠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저출생 대책이 거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반면 이미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는 가정의 허탈감은 커지고 있다. 정책은 쏟아지는데 정작 이들은 ‘아이를 키우기 힘든 세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이를 한 명만 낳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이유다. 통계청의 ‘2023년 출생 통계’를 보면 둘째아 비중은 32.3%, 셋째아 이상 비중은 7.5%로 전년보다 각각 1.4%p, 0.6%p 줄었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사회가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가 아닐까’란 생각으로 ‘1+1=0.6명’ 기사를 기획했다. 저출생 시대 ‘영웅’ ‘국가유공자’라는 평가를 받는 유자녀 가정 당사자들의 현실과 지원 실태를 직접 들었고 일반 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유자녀 가정 모두 아이를 키우는 데에서 오는 기쁨과 행복에는 공감했다. 그뿐이었다. 고물가·고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생활비 부담은 날로 커지고 책임은 막중해졌다. 아이 한 명이 더 태어날 때마다 이러한 부담은 배가 된다. 자녀가 늘어나고 성장하는데 맞춰 집과 자동차 규모는 달라지고 교육비는 늘어난다.
미취학 때까진 돌봄 지원 혜택이 빛을 발하지만, 학교에 입학하면 돌봄 전쟁이 시작된다. 부동산, 차량 구매 등 다자녀 대상 지원 정책 등이 있는데도 소득 수준에 걸려 대상이 될 수 없거나, 혜택 대상이라고 할지라도 생활비로 빠듯한 벌이론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한다. 아이가 많아질수록 맞벌이를 힘들게 하는 기업 근무 환경, 사회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세 자녀를 키우는 한 부모는 “미혼이나 무자녀 신혼부부들이 (현재의) 유자녀 가정을 바라보면 자녀 양육이 얼마나 힘든지만 보일텐데 임신·출산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세 자녀를 둔 또 다른 한 인터뷰이는 청년과 신혼부부, 신생아 가구에 대한 주거지원과 같은 저출생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보며 ‘배신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다자녀라 하면 ‘애국한다’ ‘나라에서 상을 줘야 한다’는 반응이 당연하게 나오면서도, 상은커녕 정책 뒷순위다.
혹자는 ‘한 명도 안 낳는 사회에서 둘째아 출산이 중요하느냐’고 말한다. 실제 지인들과 최근 이 주제로 대화를 하다 난상토론으로 이어졌다. 한 지인은 청년들이 결혼을 결심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오히려 대폭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지인은 대폭 지원을 해줘도 ‘안 낳으면 그만’이니 오히려 ‘낳고 키우는 가정’을 대폭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갈라치기는 분열만 조장할 뿐이다. 미혼 비혼 청년, 신혼부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겪는 각 현실에 맞는 저출생 대응 정책과 사회 제도를 모색, 저출생 문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모처럼의 출생률 청신호가 반짝 반등에 그치지 않으려면,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 좋은 사회’로 개조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