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퍼레이드가 아니다. 거리 공연일 뿐이다.” 28일 밤 열린 천안흥타령춤축제(25~29일)의 오랜 명품콘텐츠 ‘거리댄스 퍼레이드’를 본 느낌이다. 퍼레이드가 예전 지녔던 역동성을 잃고, 틀에 갇혀 박제화 됐다.
천안 신부동 방죽안오거리~신세계백화점 550m 구간은 상가 밀집지역으로 사람들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그런데 퍼레이드 구간 처음과 끝 두 군데에 간이 스탠드객석을 만들고, 관객과 참가팀을 그 곳에 묶어 퍼레이드 생명력을 잃게 했다. 48개 팀의 총 1900여 명 댄서가 참여했지만, 구간 전체를 참가팀이 화려하게 장식하던 박진감은 온데간데없다.
공연팀은 퍼레이드 시작 지점서 한 번 공연하고, 300m 거리를 관객들 무관심 속에 행렬지어 이동한다. 춤 사위도 없고 음악도 없다. 이동 구간은 어둡고 보는 이가 적어 썰렁하다. 모든 관객이 시작과 끝 공연장에 모여 있다. 퍼레이드의 활기찬 기운은 찾아볼 수 없다.
출연팀이 끝 지점인 신세계백화점 앞에 도착하면 3~4개 팀이 줄서서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퍼레이드 팀을 공연장에 묶은 것이다. 댄서들은 무료함을 달래려 휴대폰을 꺼내 서로 사진 찍어주기에 분주하다.
언제부터인가 당초의 천안역~신세계백화점 구간을 절반 거리로 줄였다. 참가팀이 연도 관객들 환호를 받던 시절은 갔다. 이젠 거리서 공연을 두 번 할 뿐이다.
퍼레이드 안전성 확보 때문에 구간을 줄이고 공연 형태로 바꾼 걸까. 두 군데 간이 스탠드, 기중기로 끌어올린 공중의 대형 조명장치가 더 위태로워 보인다.
이렇게 흥타령춤축제 대표 콘텐츠였던 거리댄스 퍼레이드가 맥 빠지는 프로그램이 됐다. 다른 축제 콘텐츠는 진보했는데, 퍼레이드는 외려 퇴보했다는 인상이다.
퍼레이드는 축제의 꽃이다. 관객이 축제의 열기에 흠뻑 빠져, 흥분으로 들뜨게 해야 한다. 그런데 거리댄스 퍼레이드가 앉아서 보는 공연으로 변했다. 한 공연전문가는 “종합운동장 주무대서 하는 공연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면서 “많은 예산 들여 무대를 밤거리로 옮겼을 뿐 색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