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학생들의 집단 휴학을 승인한 가운데 교육부가 서울대 의대를 향해 “강한 유감”이라고 밝히며 강도 높은 감사를 예고했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을 승인한 사례는 서울의대가 전국 최초로 향후 이 같은 결정이 다른 대학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교육부는 1일 설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대학 측에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며 학생 학습권 보호, 교육여건 악화, 의료인력 양성 차질 등을 고려해 동맹 휴학은 허가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휴학 신청, 수업 거부 등을 이어오며 의대 학사 운영에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는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므로 휴학 승인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서울의대는 전날(9월30일) 의대생들의 올해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고 서울대 본부 측에 통지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휴학 승인 권한이 대학 총장에게 있지만, 서울대는 학칙상 각 단과대학 학장에게 있다. 이에 의대학장이 자체적으로 학생들의 휴학 신청을 승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의대는 휴학 승인 사유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이대로 휴학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의 유급이 불가피했기 때문에 휴학을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학장이 독단적으로 대규모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한 것은 학생들을 의료인으로 교육시키고 성장시켜야 할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매우 부당한 행위다”라며 “이는 정부와 대학이 그동안 의대 학사 정상화와 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해 지속해 온 노력을 무력화하는 시도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사실 관계 확인 등을 위해 즉시 현지 감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을 예정이다”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이번 서울의대 결정이 다른 대학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며 경계하는 모습이다. 교육부는 “의대가 설치된 40개 대학(원)에 동맥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라며 “동맹휴학 신청이 승인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대학들에) 요청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대학 측의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휴학 신청이 뒤늦게나마 처리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휴학이 진즉에 승인됐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이제라도 승인한 서울의대 학장단의 결단을 지지한다”고 했다. 다른 의대 학장과 총장을 향해선 “곧 같은 조치를 취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강 비대위원장은 “교육부는 휴학과 유급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지금이라도 학생들을 복귀시켜 다음 학년으로 진급시키도록 요구해 왔다. 이는 의대 교육의 파행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교육의 질을 책임져야 하는 교육부의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휴학의 사유가 어떠하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은 의대생을 다음 학년으로 진급시킬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진정으로 의대 학사 정상화와 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면 현지 감사, 엄중한 문책 등을 내세워 대학을 협박하는 대신 2025년 의대 1학년 학생들을 정상적으로 교육시키기 위해서 어떠한 조치가 필요할지 먼저 고민하기 바란다”고 부연했다.
서울의대가 의대생들이 낸 휴학 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다른 의대들도 휴학 승인을 줄줄이 낼 가능성도 관측된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재적생 1만9374명 가운데 653명만 2학기 등록금을 납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