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도서벽지, 학교 근무 여건 악화 위기

전남 도서벽지, 학교 근무 여건 악화 위기

인사혁신처, 전남 32교 특수지 등급 조정안 발표…전남교육청 ‘재검토’ 요구

기사승인 2024-10-03 11:29:32
육지에서 가장 먼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가거도초등학교는 서울에서 574㎞ 떨어진 국토 최서남단 초등학교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341㎞를 승용차로 3시간 42분 달린 뒤, 다시 하루 2차례 운항하는 쾌속선으로 4시간여를 타고 233㎞를 더 가야 하는 곳이다. 그나마도 날씨가 좋았을 때 상황이고 태풍 및 잦은 풍랑주의보로 실제 여객선 운항률이 66~68%밖에 되지 않아 제때 도착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곳이다.

신안 안좌고등학교는 천사대교 개통으로 그나마 접근이 편해졌지만 목포에서 46㎞, 1시간여를 차로 더 달려야 갈 수 있는, 서울에서 5시간 남짓 가야 하는 곳이다.

이처럼 불편한 접근성과 생활여건 등으로 교원들이 근무를 선호하지 않는 도서 지역 학교가 전국 128교, 이 중 전남에만 79교(61.7%)가 집중돼 있다.

그래서 도서‧벽지 특수지 근무자에게는 수당 등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다. ‘가’급 6만 원부터 ‘라’급 3만 원까지 급지 등급에 따라 매월 근무수당을 지급하고, 교원에게는 전보 및 승진 가점을, 일반직의 경우 도서 지역에 한해 전보 가점을 추가로 부여한다.

그러나 인사혁신처가 특수지등급조정을 통해 전남지역 도서‧벽지 53개 학교의 특수지 등급을 해제 또는 하향하겠다고 밝혀 전남지역 도서‧벽지 교육여건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교육감 의견서 제출과 함께 인사혁신처를 방문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수지 등급 조정은 인사혁신처에서 전국의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5년마다 실시하는 제도로, 교통이 불편하고 문화‧교육‧의료시설이 열악한 지역을 평가해 지정한다. 

이번 등급 조정안에 따르면 전남교육청 관내 학교 중에서 현행 특수지 121교 중 53교(43.8%)가 해제 또는 하락된다. 또 등급 조정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전남지역 특수지 근무 교원은 281명이다.

특수지에서 해제되는 학교는 천사대교와 임자대교 개통으로 연륙되면서 신안 지역이 12교, 생활환경 개선으로 여수 지역 2교 등 14개교다.

신안 지역은 임자초, 임자남초, 임자중, 임자고등학교 4교가 ‘도서 다’급에서 해제되고, 팔금초, 자은초, 암태초, 안좌초, 자은중, 암태중, 안좌중, 안좌고등학교 8교가 ‘벽지 라’급에서 해제된다.

여수는 안일초와 상암초묘도분교장 2교가 ‘벽지 라’급에서 해제된다.

이 밖에도 21교가 학생이 없어 폐교나 휴교 등으로 ‘당연해제’ 되지만 영향은 없다.

등급이 하락되는 학교는 ‘도서 가’급에서 ‘나’급은 여수 거문중, 완도 넙도초서리분교장, 진도 조도초거차분교장, 신안 가거도초, 가거도초신안흑산중가거도분교장 등 5교다.

‘도서 나’급에서 ‘다’급으로 하락되는 학교는 완도 넙도초, 넙도초노화중넙도분교장 2교다.

‘도서 다’에서 ‘라’급으로 하락되는 학교는 소안초, 생영초, 금일초, 금일동초, 금당초, 소안중, 금일중생일분교장, 금일중, 금당중, 완도금일고로, 5개 초등학교와 4개 중학교, 고등학교 1교 등 모두 10교로 모두 완도지역이다.

화순초이서분교장은 ‘벽지 다’급에서 ‘라’급으로 조정된다.

인사혁신처 등급안 통보 후 전남교육청은 이의신청서 제출과 교육감 의견서 제출, 인사혁신처 방문 등을 통해 “생활‧교육 여건이 타 지역에 비해 열악한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며, ‘당연해제’ 학교를 제외한 32교에 대해 현행 유지 또는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특히 현행 특수지 조사 기준은 생활 인프라가 현저하게 차이 나는 수도권과 지방을 동일 잣대로 적용하고 있으며, 2001년 일부 개정된 후 변동 없이 이뤄져 경제적‧문화적 변화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교육감은 “이번 소외지역의 급지 해제·하향은 수도권 분산정책 및 지방 소멸 예방을 위한 그간 정부 정책과 역행하는 것”이라며 “우수한 교직원들이 도서·벽지 근무를 기피하게 돼 열악한 전남의 교육 여건이 더욱 악화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가 아직 최종 학정을 하지 않은 가운데 전남교육청은 그동안 전남지역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다른 지역 역시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신영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