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와 건설 원가 상승이 장기간 이어지며 건설업계가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도 일부 사업 매각을 통해 자산을 처분하며 ‘보릿고개’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1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2024년 2분기(4~6월) 건설업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건설업의 수익성·성장성을 나타내는 경기 지표가 크게 하락했다. 지난 2분기 기준 건설업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0.86%에 그쳤다. 이는 올 1분기(1~3월)의 3.97% 대비 3.1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 12.31%에 육박하던 건설업 매출 증가율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같은 해 3분기(7~9월) 11.87%, 4분기 6.35% 등으로 급감했다.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총자산 증가율도 지난해 2분기 2.26%에서 올 2분기 2.2%로 소폭 낮아졌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과 세전 순이익률도 떨어졌다. 2분기 건설업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동기(3.35%) 대비 0.38%포인트 하락한 2.97%, 세전 순이익률은 0.16%포인트 하락한 3.24%로 나타났다.
대형 건설사들은 사업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GS건설은 GS엘리베이터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GS이니마 매각도 논의 중이다. GS건설은 지난 9월25일 GS엘리베이터 지분 매각에 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어 기업 가치가 약 1조3000억~1조6000억원으로 추정되는 GS이니마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GS이니마는 스페인에 거점을 둔 종합 수처리 회사로 GS건설 신사업 매출의 약 38%를 차지할 정도로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GS건설은 1조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추정된다.
SK에코플랜트도 지난 9월9일 공시를 통해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인 미국 어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 주식 922만3555주를 SKS 프라이빗에쿼티(SKS PE)에 9823만달러(약 1316억원)에 매각했다. SK에코플랜트는 13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대형 건설사와 달리 중소건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올해 초부터 지속됐던 위기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0일까지 폐업건설업체는 2653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2640곳) 같은 기간 대비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폐업신고를 한 종합건설업체는 442곳으로 전년(427곳) 대비 15곳(3.5%↑) 늘었다. 전문건설업체는 2211곳으로 집계돼 전년(2213곳)과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경기 선행지표가 워낙 안 좋기 때문에 현행지표도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건설 공사비 안정화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여전히 공사비가 높다”며 “지난 7~8월 주택가격이 오르며 조금씩 나아지는 듯 보였어도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높은 공사비를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이 먼저 마련돼야 하고 금리 인하로 인해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금리가 소폭 인하되긴 했지만 더 떨어져야 한다”며 “아직 업계에서 주택 수주를 하는 등 나서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